두 달 새 주가 두배 뛰었다…투자자들 뭉칫돈 몰리는 곳

입력 2023-10-02 13:31   수정 2023-10-02 13:32

정보기술(IT)업계의 ‘만년 유망주’로 불렸던 사이버 보안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사이버 보안을 선정하고 1300억원 규모 사이버 보안 펀드를 조성하면서다. 사이버 보안 기업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주가도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2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4년간 매년 300억원 이상씩 사이버 보안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한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재투자된다. 펀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사이버 보안 펀드는 인공지능(AI)과 양자암호통신, 제로트러스트(ZT) 등 유망 신기술을 결합한 보안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정부는 사이버 보안을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사이버 보안 펀드를 포함해 2027년까지 국내 정보보호 산업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 4년(5569억원)과 비교하면 관련 예산이 두 배가량 늘어난다. 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키우고 사이버 보안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한 곳 이상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방화벽 등을 중심으로 한 기존 경계 보안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ZT 전환 로드맵도 수립하기로 했다. ZT는 네트워크가 언제든 침범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접속한 모든 단말기의 신분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사이버 보안 방식이다. 클라우드 시스템과 재택·원격근무가 확대되고, 업무용 단말기도 PC(개인용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 등 다양해지고 있어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이버보안 펀드 등을 통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들이 AI보안, 양자암호, ZT 등 신규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아울러 전략투자, 인수합병 등으로 기업규모를 키우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사이버 보안 산업 육성 의지를 투자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이버 위협의 증가로 보안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량이 많아져 수요가 확대됐다”며 “정보보호 공시 의무화 등 정부의 보안사업 육성 의지도 커졌다”고 밝혔다.

미국 등 해외 주요 사이버 보안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 했을 때 한국의 주요 사이버 보안 기업의 주가가 현재 매우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사이버 보안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실제 주요 사이버 보안 기업의 주가는 꿈틀댄다. 국내 대표 사이버 보안기업 안랩의 주가는 지난 7월 6만200원에서 지난달 8일 6만8900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조정받아 6만3000원대에 안착한 모양새다.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를 개발하는 모니터랩은 지난 7월 6090원의 주가가 현재는 약 두 배 오른 1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이버 보안기업 지니언스, 파이오링크, 시큐레터, 모니터랩, 시큐센, 샌즈랩 등은 9월 중 주가가 단기 급등하기도 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수년 전 바이오 열풍이 불기 직전의 바이오 업계와 현재 사이버 보안 산업 생태계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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