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유명 상표와 똑같아도 먼저 썼으면 문제 없어"

입력 2023-09-27 11:20   수정 2023-09-27 11:31

상표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A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상품을 팔아 온 김모씨. 그런데 박모씨가 A와 거의 유사한 B 브랜드를 런칭한 후 SNS, 광고 등을 통해 상품을 팔며 B 브랜드가 A 브랜드보다 훨씬 유명해졌다.

박씨는 A 브랜드를 사용 중인 김씨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경고장을 보내고 A 브랜드 사용 중단을 요청했다. 김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동안 김씨는 박씨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특허청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를 부정한 목적 없이 먼저 사용한 자가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된다고 27일 발표했다.

그동안엔 상표를 먼저 사용했더라도 동일 유사한 타 상표가 유명해진 시점부터는 해당 상표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영업장 간판 등을 교체하거나 생산한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등록상표 '옥시'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옥시화이트'를 써 온 업체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2004년 3월 25일 대법원 판례(2002다9011) 등에 따라서다.

다만 개정법은 유명 상표 보유자가 선 사용자에게 오인 및 혼동 방지에 필요한 표시를 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선 사용자의 상표와 나중에 유명해진 다른 상표가 공존할 경우, 소비자는 두 상표가 동일 판매자의 상품이라고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29일부터는 '아이디어 탈취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 시효 제도가 새로 시행된다. 탈취한 아이디어의 무단 사용에 대한 금지청구권 시효를 '행위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또는 '부정경쟁행위가 시작된 날로부터 10년'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개정법 시행으로 선의로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에 대한 보호가 가능해졌고, 동업 등 사업 협력 과정에서 아이디어 거래 관계가 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정경쟁행위 관련 주무부처로서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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