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1일 09: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이자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80조원에 달하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올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부가 수입을 올렸다. 반면 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이자 부담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이자수익은 2조21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62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작년 연간 이자수익(2조7204억원)과도 맞먹는 규모다.
2019년 2조66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이자수익은 저금리 시대였던 2020년 1조9745억원, 2021년 1조2783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데다 차입금이 적어 고금리 시대의 승자가 된 셈이다. 이자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순이자수익은 올 상반기 1조634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5839억원에 비해 1조503억원(179%)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기준으로 금융자산을 대부분 현금 및 현금성 자산(79조9197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49조6807억원에서 30조2390억원(160%) 가까이 늘어났다. 대신 단기금융상품은 작년 말 65조1028억원에서 17조180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만기의 길이에 따라 분류된다. 현금성 자산은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자산을 말한다. 초단기수익증권(MMF)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이 대표 상품이다. 반면 만기가 3개월 이상인 정기예금 등은 단기상품으로 분류한다.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 등은 금리가 급상승하는 시기에 주로 매수한다. 버크셔해서웨이도 보유 현금을 대부분 1년 미만 미국 단기채로 보유하고 있다. 전체 현금의 81%인 1200억달러(약 158조원)가 미국 단기채에 투자돼 있다. 미국 단기채 금리는 현재 5%대다. 기업으로서는 보유 현금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현금 보유고가 적고 차입금 규모가 큰 중소형 기업들은 금리 인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2~3년 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이오기업들이 대표적이다. 2021년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이오기업 클리노믹스는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증을 통해 벌어들인 270억원 모두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이밖에 피씨엘, 뉴인텍, KC코트렐, 레몬, 페이퍼코리아, 메디포스트 등 중소형기업들이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나 2차전지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고금리가 계속되면 중소형 기업들이 운영상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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