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상 초유의 당 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총선을 불과 6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야권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 체제’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대여투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원이 이 대표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 중 일부를 인정(소명)하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수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7일 "국회는 한동훈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회기 중 영장 청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 구속할 만한 직접 증거가 없는 왜곡과 과장이 가득한 범죄사실을 낭독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면서 "사전 언론 유포를 통해 국가안보를 위협해 징역 36년 6월 이하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둥 사법 공갈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재판한 것도 아닌데 '죄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반헌법적, 반법치적인 발언이다"라며 "'수사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수백 번 압수 수색을 해도 여태 진실이 나오지 않았는데 향후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겠다는 위험한 작태를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을 남용하고 유죄의 예단을 공연하게 말해 공인인 야당 대표의 명예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해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국회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법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에 의존한 정치 무력화를 멈추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현명한 판단을 한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폭력성만 여실히 드러난 이번 기각 사태에 대해 (영장을) 결재하고 재가한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또 "윤 대통령은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하시길 바란다"며 "한동훈 장관은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법원의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단지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이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정당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됨을 증거인멸 우려 배척 근거로 삼았는데 사법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실제 위증교사가 이뤄져 증거인멸이 현실화했고 수사 과정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담당 공무원 회유 정황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를 받기 위해 허위 프레임을 만든 다음에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허위 증언을 강요했고 무죄까지 선고받은 매우 심각한 사법 방해 사건"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도 당연히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현동 사건 역시 담당 공무원들이 이 대표의 지시 없이는 (민간업자에) 토지 용도 변경 등의 특혜를 제공할 수 없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법원 판단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춘 수사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속수사는 법이 정하는 한 방법으로 아직 수사가 종결된 것이 아니므로 수사팀은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혐의 입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장 기각으로 향후 검찰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범죄 수사는 진실을 밝혀서 책임질 만한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동력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시스템이 동력이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설명 때도 말씀드렸듯이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다"며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실 국민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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