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돈가스 먹고 싶다길래"…휴게소 갔다가 깜짝 놀란 이유 [이슈+]

입력 2023-09-29 18:30   수정 2023-09-29 20:24


"지난 설에 딸이 휴게소 들러서 돈가스 먹자는데 1만원이길래 깜짝 놀랐어요. 내 새끼들 입에 들어가는 거라 아깝진 않지만, 온 가족이 한 번 사 먹으면 귀성길 기름값인 셈이라 부담이 안 된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초등학생인 두 딸을 키우는 40대 전모씨가 최근 기자와 만나 올 추석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꺼낸 말이다. 전씨는 "먹고 싶다면 돈가스도 사주고 소떡소떡(소시지 떡꼬치)도 사주고 다 사주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전씨처럼 고공행진하고 있는 외식 물가 탓에 휴게소에 들르기가 겁이 나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국회 교통위원회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휴게소 매출 상위 10곳의 음식 판매가격은 평균 6304원으로 2021년 8월(5670원) 대비 11.2%(634원)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4%,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른 것을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음식은 떡꼬치로 18.5%(3550원→4208원 ) 올랐다. 이어 ▲핫도그 16.8%(3804원→4443원 ) ▲돈가스 14.9%(8984원 → 1만319원 ) ▲우동 11.4%(5884원→6553원) ▲호두과자 11.1%(4391원→4877원) ▲비빔밥 10.5%(8504원→9397원) ▲라면 9.9%(4467원→4911원) ▲아메리카노 9.6%(4066원→4458원) ▲국밥 8.1%(8281원→8953원) ▲카페라테 3.1%(4771원→4918원) 순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4인 가족이 각자 취향에 맞게 돈가스, 라면, 비빔밥, 국밥을 사 먹고 차에서 주전부리로 먹을 호두과자와 아메리카노 2잔만 시켜서 먹더라도 약 4만7300원의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조 의원은 "다가오는 추석 명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라면 한 그릇에 5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국민들의 한 숨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해 안타깝다"고 했다.

휴게소 음식이 일반적인 외식 물가를 상회하게 된 배경에는 휴게소 운영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과도한 수수료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교통위 국정감사에서 휴게소 운영업체가 입점업체에 물리는 평균 수수료율이 33%이고, 최대 수수료율은 62%나 된다면서 "입점 매장이 부담하는 과도한 수수료가 휴게소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높다"고 봤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휴게소에서 1만원짜리 돈가스를 팔면 4100원이 휴게소 운영업체 수수료로 가고, 2000원은 도로공사에 귀속된다"며 음식값이 높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가 출자회사(도성회)를 만들어 휴게소·주유소 사업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도성회는 휴게소 운영 자회사를 통해 최근 5년간 약 50억원에 배당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한 지적이 쏟아졌던 가운데, 도로공사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 공사는 "수수료 문제는 휴게소 운영업체와 입점업체 간 자율적인 결정 사안이라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입점업체가 '명품 먹거리'를 유치할 경우 임대료를 50% 지원하는 등 간접적인 방안을 통해 수수료율 인하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먹거리는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선정되는 등 대중성을 인정받은 맛집을 말한다.

또 "휴게소 음식값이 식자재, 인건비 등 물가 인상으로 일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 음식점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며 "현재 식자재 공동구매, 중저가 식품 및 할인 품목 확대 등을 통해 가격대별 상품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고 있다. 휴게시설협회,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휴게시설 혁신 TF'를 구성해 휴게소 서비스 개선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전국 고속도로 184개 휴게소에서 소떡소떡 등 인기간식을 2000~3000원대의 가격으로 할인 판매하고, 묶음 간식 꾸러미도 최대 33% 할인하기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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