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득 차이가 학력의 차이로 대물림되면서 계층 간 이동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학력은 소득으로 연결, 소득은 자산으로 연결돼, 다시 자녀의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부의 순환고리'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학력이 경제력과 높은 비례 관계를 보이니 부모 입장에서 자녀 지원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에 달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4분의 3이 넘는(78.3%) 학생들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자녀가 사교육을 한창 받을 때 부모 나이인 40대 가구의 평균 가계 지출(월 534만원)의 9.8%를 차지합니다. 자녀가 2명이라면 가계 지출의 20% 정도가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이니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가 어렵다는 말이 과언은 아닙니다.
노후 준비를 못하는 이유가 자녀 교육 때문이라면 본인의 노후 준비보다 자녀 교육을 우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후 생활이 시기적으로 뒤에 있을 뿐 자녀 교육보다 결코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부모의 불안한 노후는 자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는 그 가치가 동등합니다.
중산층 이상 가구가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를 못 하고 있다면 교육비 지출에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합니다. 물론 자녀 교육관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적정 수준을 정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계획적인 지출이 될 수 있도록 자녀 교육에 명확한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적정한 자녀 교육 비용에 대한 원칙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자녀 1인당 사교육비와 노후 준비 비율을 1대 1로 해야 합니다.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5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노후 준비를 동등한 가치로 둔다면 월 50만원(연 600만원) 이상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으로 챙기는 것이 맞습니다. 매년 600만원을 연 4% 수익률로 30년간 적립하면 3억원 이상의 노후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소득에서 감당할 수 있더라도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들이 생각보다 많아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득에 따른 기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2명 이상이라면 가구 소득의 20%까지는 확대해도 무리 없어 보입니다.
셋째, 최소한 5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에 입학하면 대학 등록금 준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투자 기간을 길게 할수록 복리 효과로 수익이 커지면서 목돈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듭니다. 금융투자수익을 통해 실제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5년 정도 투자 기간을 감안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제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주는 시대가 아닙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을 통해 자녀가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키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역량을 넘어서는 무리한 자녀 교육은 가계 재정에 부담이 되고, 사교육의 효과 또한 100%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적정한 자녀교육비 지출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NH WM마스터즈 김진웅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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