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올해 최저로 떨어진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Fed 내 매파 인사의 언급에 달러 인덱스는 10개월 새 최고치로 치솟았다. Fed의 긴축 기조에 금융시장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강달러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아 고환율이 장기화할 수 있다.
환율은 증시와 함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미래 경제 여건을 선반영한다. 최근의 환율 급변동을 더 유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이전처럼 고환율이 수출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원자재 등 수입품 가격 상승-국내 물가 반영-소비 감소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져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고환율이 경상수지 걱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고금리·고유가도 부담이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차이가 최소 2.25%포인트로 벌어진다. 부동산 ‘영끌 매수’로 급증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라는 우리 경제의 양대 잠재 뇌관이 언제든지 현안으로 부상할 판이다. 가뜩이나 경기 회복의 반전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투자 모두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도 “하반기 경제가 바닥을 다지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며 기존의 ‘상저하고’ 전망을 반복했다.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은 이해할 만하지만, 실제로 낙관론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금융시장에는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L자형 장기 침체 우려가 적지 않다. 이 판에 7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 리스크’와 야당발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살얼음판 경제에 경제 외적 요인까지 봐야 할 상황이다. 외환시장도, 주식시장도 경제의 펀더멘털과 미래 전망을 반영한다는 기본 원리에 다시 주목할 때다. 그러면 해법도 보인다. 가계와 기업보다 정부가 더 긴장할 때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