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리반도체업계의 화두는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인 제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용 데이터센터에 적용된다. 데이터 처리 수요가 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HBM에 대한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최신 제품은 4세대인 'HBM3'인데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를 HBM3와 패키징해(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작업) 서버업체에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등에 HBM3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D램 3위 업체 미국 마이크론은 HBM 경쟁에서 명함을 내지 못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다.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7일(현지시간) 2023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HBM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국 반도체기업과의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사다나 CBO의 말을 정리하면, 최근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HBM3와 관련해선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밀린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차세대인 HBM3E에 대해선 엔비디아에 샘플을 보내 테스트 중이고 엔비디아가 놀랄 정도로 경쟁사 제품의 성능을 압도한다고 얘기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실적 자료에서도 "1b(12~13nm) 기술, 고급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고의 HBM3E 제품을 개발했다"며 "2024년 초에 HBM3E 생산을 시작해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2024회계연도에 HBM3E로 '수억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적극적인 HBM 시장 진출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HBM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는 동시에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미국 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 AMD 등이 마이크론을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애플도 아이폰15에 삼성전자와 함께 마이크론의 1b LPDDR5(모바일용 저전력 D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회계연도 1분기(9~11월) 전망은 매출 42억~46억달러, 주당순손실은 1.07달러로 제시됐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주당 0.95달러 손실보다 부정적인 전망에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3%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관심사였던 PC, 스마트폰, 자동차 고객사의 반도체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거의 돌아왔다는 게 마이크론의 판단이다. 관심사인 서버용 D램 수요도 2024년 초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종합하면 공급은 줄었고 수요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를 해소한 고객사들이 D램 주문을 재개할 것이란 얘기다. 산제이 메로트라 CEO는 "2024회계연도엔 가격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2025년엔 AI 확산으로 매출 회복세가 더 뚜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구형 제품 생산라인의 장비를 첨단 제품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하면 구형 제품 생산량이 줄어 전반적인 D램,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첨단 제품 생산능력이 올라가 향후 업황 반등시기가 왔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하반기부터 최첨단 제품의 수요가 우리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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