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8일 시작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출정식을 열고 유세전에 돌입했다.
이날 강서구에서 열린 양당 후보의 출정식에는 지도부와 강서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총출동해 지원 유세를 펼쳤다. 여야는 이번 선거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전초전'의 성격이 강한 만큼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출정식은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을 축하하는 '애프터 파티'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지원 유세에 나선 이들은 이 대표의 영장 기각을 고리로 검찰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정식에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김영호 서울시당위원장, 강선우(강서갑)·진성준(강서을)·한정애(강서병)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물론, 박찬대·서영교 최고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등이 마이크를 잡고 '이 대표 영장 기각'에 대해 언급했다.
제일 먼저 지원 유세에 나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틀 전에 우리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며 여당이 이 대표를 '잡범' 취급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서울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고 했다. '정적을 죽이려 하는 정치가 아니라 좋은 정치로 봉사하고, 일하는 정치로 바꿔보자'고 했다"며 "정치꾼을 뽑겠느냐, 일꾼을 뽑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어제 그제 잠 못 주무셨죠. 저도 지금 꿈인가 생시인가 왔다 갔다 한다"며 "(검찰이) 민주당을 압살하려고 했지만, 당당하게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됐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정치는 민생이 실종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한반도 평화도 상실해가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남아 있는 정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여는 건 정치라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를 이받은 서영교 최고위원 역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완패했다"라며 "윤석열 정권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 진영에 완패했다"고 자축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제 확실한 승리를 진교훈, 강서구민과 함께 만들어달라"며 "우리 승리를 만들어 윤석열 정권도 교체하고, 김태우도 교체하고 멋진 강서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게 수차례 했던 압수수색을 막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고, 강선우 의원은 "9월 27일 새벽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무릎이 꺾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출정식 내내 이번 선거가 강서구민만의 선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진교훈 후보 역시 '정권 심판'에 방점을 찍었다. 기초 구청장 선거지만 '지역 발전'에 대한 이야기보다 심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의 선택이 내년 총선뿐 아니라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할 거란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부심이 들지 않느냐"며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진 후보는 가장 먼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이번 보궐 선거는 너무 잘 아시는 것처럼 전직 구청장인 김태우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3개월도 안 돼 대통령이 사면 복권한 뒤 열리는 선거"라며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 후보는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부와 김태우 후보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심판론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홍범도 장군을 내몰고 이재명 대표를 정치 탄압하는 것이 극도로 심해졌다"며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태우 후보가 40억 혈세를 축내고 선거에 다시 출마한 것을 보고 (주위에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들 한다"며 "40억을 물어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유세에 나섰다. 김태우 후보 출정식에는 김기현 대표와 김병민, 장예찬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구상찬 강서갑 당협위원장, 김성태 강서을 당협위원장이 자리했다. '충청 민심'을 염두에 둔 정우택 명예선대위원장과, '수도권 민심'을 고려해 상임 고문을 맡은 권영세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현장 지원에 나섰고, 현역 의원 중에는 유경준, 태영호, 최재형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는 계속 발전할 것이냐, 낙후된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라며 "김 후보의 메인 슬로건이 '빌라를 아파트로'다. 온 동네가 저층 빌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를 아파트로 바꾸겠다는 당찬 후보 공약을 실천으로 옮겨야 강서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꾸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중앙 정부가 예산을 주고, 고도 제한도 풀어주고, 서울시도 힘을 보태야 한다"며 "서울시장으로 오세훈을 뽑아놨으면 좀 불어먹어야 하지 않겠냐. 부려 먹으려면 채널, 주파수가 통해야 한다. 주파수가 맞는 후보는 김태우"라고 했다.
김 대표는 김 후보가 특별 사면·복권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김태우가 강서구청장이 되면 대통령도 밀어주고, 서울시장도 밀어줄 것"이라며 "여당 대표인 저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보증을 하러 여기에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견습생 구청장'이라며 "첫날부터 능숙하게 속전속결로 숙원 사업을 해결할 사람은 김태우"라고 덧붙였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강서구 재개발을 끌어낼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지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오 시장과 함께 모든 뜻을 함께하는 서울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강서의 발전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했다.
선대위 상임 고문을 맡은 나경원 전 의원은 '공익 신고자'로서의 김 후보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 후보가 없었으면, 문재인 정권의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와 유재수 전 부산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밝힐 수 없었다며 "김태우가 있었기에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 비리를 밝혀내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의로운 사람이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음 일정이 바쁜 듯 당사자인 김태우 후보의 연설이 시작하기도 전에 자리를 옮겼다. 주요 인사들이 한꺼번에 이석하자, 이들과 함께 참석했던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들과 관계자들 역시 자리를 비우면서 행사장엔 잠시 소란을 빚어지기도 했다. 출정식의 대미인 '후보의 연설'을 앞두고 행사에 힘이 빠져버린 셈이다. 출정식 이후에도 김 후보와 지원 유세를 같이 돈 주요 인사는 나경원 전 의원이 유일했다.
지원 유세에 나섰던 일부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달 열리는 강서구청장 선거 날짜를 '4월'이라고 언급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강서갑 당협위원장인 구상찬 전 의원은 "4월 11일에 투표장에 가서 (투표해 달라)"라고 말한 뒤 "저나 김성태 (전 의원이나)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마음에 있는 게 나와버렸다"고 멋쩍게 웃기도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모두 빠진 뒤 마지막으로 후보 연설에 나선 김 후보는 "작년에 여러분의 선택을 받아 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4개월 만에 비산먼지로 힘들어하던 방화동 건폐장을 김포시로 이전하는 합의를 성사시켰다"며 "강서구를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팍팍 끌어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선거 비용 '40억원'을 두고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저로 인해 보궐선거를 하게 된 데 그간 무수하게 사과를 해왔다. 그 40억 원은 제가 4년 동안 4000억 원 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맞받았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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