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게임으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 35층엔 사내 '커피 마니아'들이 매일 몰려든다. 카페로 꾸며진 이 장소에 전국의 커피 맛집들이 주기적으로 입점하고 있어서다.
이 같이 사내 휴식공간에 고급 커피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 문화를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을 잡기 위한 회사 복지의 일환이다.
○코끼리베이글·테라로사...회사에 전국 핫플 들여온 크래프톤
1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달 사내 카페에 베이글과 커피로 유명한 '코끼리베이글'을 입점시켰다. 코끼리베이글은 서울 한남동과 양평동, 성수동 등에 매장이 있는 베이커리 카페로, 평일 아침에도 긴 줄을 서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핫 플레이스'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부터 유명 카페들과 사내 직원들을 위한 협업을 진행해왔다. 커피 리브레를 시작으로 프릳츠 커피, 테라로사, 커피템플, 180커피로스터스 등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로 불리는 커피전문점들이 잇따라 크래프톤 사내카페에 들어왔다.
사내 카페에선 이들 브랜드의 음료와 디저트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직원에게 판매한다. 차액은 회사에서 지원한다. 크래프톤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전용 머그컵, 티셔츠 등 굿즈도 만든다. 바리스타 챔피언인 김사홍 커피템플 대표가 직접 크래프톤을 방문해 커피를 내려주는 행사도 했다.
크래프톤의 역삼·서초·판교 오피스에서 사내 카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직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근무 중에 핫플레이스의 커피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회사 생활에 활력을 주고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SPC·하이브·현대카드도 직원 위한 스페셜티 커피 도입
커피를 복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크래프톤 뿐 만이 아니다. SPC그룹은 서울 양재동 본사 1층에 직원을 위한 커피 체험공간인 오픈커피스테이션을 조성했다. 식음료 기업인 만큼 직원들에게 다양한 향미를 경험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32종 이상의 커피와 티를 맛볼 수 있다. 직접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스페셜티 커피 한잔 가격은 900~1500원. 시중 고급 커피 가격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사무실에서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이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근무를 하기도 하고, 외부인과의 회의를 할 때도 활용한다는 게 SPC 직원의 전언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본사 19층에는 프릳츠 카페가 들어가 있다. ‘물개 카페’로도 알려진 프릳츠는 국내 스페셜티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이제는 방탄소년단(BTS), 뉴진스가 마시는 커피 브랜드로도 소문이 났다. 하이브 직원들에게 판매하는 프릳츠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으로, 일반 매장(4600원) 3분의 1수준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에는 호주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스몰배치’가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두 번째 매장으로, 사옥 1층에 입점해 직원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직장 내 커피 문화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1990년대를 전후로 믹스커피가 기업 커피 문화를 만들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냉장(RTD) 커피와 커피 전문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유수의 기업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사옥에 입점시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명당 367잔. 성인 기준으로만 따지면 상당수가 1년 365일 중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는 셈이다. 프랑스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551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 세계 평균이 161잔이란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 보다 두 배에 달하는 음용량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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