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거한 시내버스 안에서 70대 노인 승객이 넘어져 사망한 사고로 버스 기사가 대법원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1일 법조계와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구체적 주장 없이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60대 버스 기사 김모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용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을 강제 받지 않는 형벌이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준법 운전 강의 수강 명령도 함께 내렸다.
앞서 김 씨는 202년 12월 30일 낮 3시께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버스를 몰다가 앞서가던 버스가 멈추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급제동했다. 앞서가던 버스가 끼어드는 택시로 인해 급정거했고, 뒤따르던 김 씨 역시 버스를 급제동했다. 버스는 정류장을 약 80m 남기고 시속 29㎞로 운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차하기 위해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70대 할머니가 차량 앞쪽으로 튕겨 나갔고, 운전석 기둥 카드기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 승객은 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약 1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김 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형사 재판에 넘겼다. 반면 A씨와 그 변호인은 "교통사고에 과실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은 승용차가 아니고, 승객들을 태운 시내버스였다. 앉아 있는 승객뿐만 아니라 서 있는 승객들도 있고, 수시로 승·하차가 이뤄진다"며 "피고인은 승객 안전을 위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로서도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류장에 완전히 멈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고 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정지 당시 버스 차체가 앞뒤로 크게 흔들린다. 통상적인 제동보다 다소 높은 정도의 감속 상황이었던 것"이라며 김 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버스에 송출되는 안내방송에 '특히 노약자분은 버스가 정차한 후 천천히 내리시기 바랍니다'란 내용이 포함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정차 전 자리에서 미리 일어나는 일부 승객이 있단 점을 고려해 김 씨가 사고를 방지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이용 문화상 버스가 완전히 멈추기 전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고인은 이를 예견하고 급격한 속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미리 방지했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옳다고 보고 김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