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이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이 중동 사업장을 방문한 건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한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네옴은 사우디가 총 5000억달러를 들여 구축 중인 미래형 신도시다. 삼성물산은 네옴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맡은 터널 공사 구간은 총 12.5㎞에 이른다.
이 회장은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하고, 직원들의 국내 자택으로 굴비와 갈치 등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 '탈(脫)석유'로의 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 지역에서의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경영진과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사우디 방문에 앞서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찾아 TV와 태블릿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중동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콤 아부라디 공단에 공장을 세워 2012년부터 TV와 모니터, 태블릿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이집트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신기술 중심지로 꼽히는 이스라엘 방문도 이 회장의 현장 경영 일정에 포함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았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혁신 기술 확보 방안도 점검했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자율주행 등 혁신 기술 분야 스타트업 7000여곳을 보유한 '스타트업 대국'으로 불린다. 삼성은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R&D 센터 및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테크 스타트업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서도 현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에서 접점을 늘리며 '신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동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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