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화이트큐브에서 지난달 5일 개막한 ‘영혼의 형상’은 드문 경우다. 이곳은 세계 정상급 갤러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국 화이트큐브가 호림아트센터 1층에 마련한 한국 지점이다.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출신의 수잔 메이 화이트큐브 글로벌 예술감독이 큐레이팅을 시도했다.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으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서 모티브를 따 와 전시 주제를 ‘몸과 마음의 관계’로 정하고, 이를 탐구한 작가들의 작업을 모았다.
전시장은 아담하면서도 ‘화이트큐브스러운’ 순백의 벽이 돋보이게 구성했다. 직사각형 전시공간이 두 개 연결된 모양새다. 가장 안쪽의 좋은 자리는 화이트큐브의 대표 작가 트레이시 에민(60)의 작품이 걸렸다. 벨기에 출신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 독일의 카타리나 프리치와 마르게리트 위모, 영국의 루이스 지오바넬리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장에 나와 있다.
한국 작가 이진주가 라인업에 포함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손과 얼굴 등 파편화한 신체를 순도 높은 검정 바탕 위에 세밀하게 묘사한 ‘블랙 페인팅’ 시리즈(사진)가 걸렸다. 갤러리 측은 국내 컬렉터와 관객의 눈치를 보는 ‘한국인 쿼터’는 아니라고 했다. 수잔 메이 큐레이터는 “그는 우리가 주목하는 아주 흥미로운 작가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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