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터리 생산기업에 생산팀 팀장으로 근무하던 A는 자발적 요청으로 팀원으로 보직을 변경해 환경안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듬해 6월 A는 파트장 B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되냐", "지금 받는 월급이 아깝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파트장 B의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으나 모욕적 언행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어 회사는 B를 면직과 함께 부서 이동를 시켰고 그 결과를 A에 안내하였습니다.
한달 후 회사에는 “A가 질병으로 정상 근무가 불가능함에도 상급자에게 청탁하여 환경안전파트같이 한직으로 이동하여 태업을 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8월 회사는 A의 상급자인 공장장 C에게 “조사 결과 A의 인사이동 및 직무배정에서 부정 청탁과 업무태만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업무 배정의 형평성과 생산성 제고를 목적으로 A의 중장기적 업무 배치 계획을 요청”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A와의 면담 끝에 회사는 9월 A는 환경안전팀에서 생산팀으로 배치하되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는 계속 담당하도록 인사발령을 냈습니다. 그러자 A는 해당 인사발령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보복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자신의 직책을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하였으며 인사발령의 정당성도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 판단 법리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등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법 행위로 민사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면 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신고자 A에 대한 인사발령은 비정기적 형태였고, 괴롭힘 신고와 조치를 완료한 후 3개월 안에 이루어졌습니다. 앞뒤 정황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의 불리한 처우 판단 법리를 기준으로 삼아 시기의 근접성,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조치의 사유가 문제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사업주의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조치가 관행이나 선례와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지, 근로자가 사용자의 조치에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청주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노438 판결).
위 사례에서 법원은 ①익명의 제보인 점, 제보의 내용상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관계를 유추할 수 없고, ②피고는 C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 사건 제보에 따른 피고의 조사결과 원고의 인사이동 및 직무배정 절차상 부정한 청탁이나 원고가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정황은 확인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기재하여 두었던 점, ③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배정의 형평성과 생산성 재고'를 위한 목적으로 정당한 인사권 행사의 범위안에 있는 점, ④A와 인사발령에 관한 수차례 면담을 진행한 점 ⑤A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이전에 본인의 요청에 따라 팀원으로 근무하게 된 것으로 부당하게 강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인사발령이 회사가 A의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3. 7. 26. 선고 2022가합53020 판결).
◆인사이동의 정당성 여부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대부분 기업에서는 정기적인 인사이동(기업 내 근무지와 장소를 변경하는 ‘전직’에 한정) 사이클이 존재하고, 기업 목적 달성을 위해 비정기적인 인사이동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대상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하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인사발령의 정당성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근로계약에 근로의 내용 등이 특정된 경우라면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며(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그렇지 않았다면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의 불이익의 비교·교량,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를 사용자는 입증할 수 있어야 하므로, 기업에서는 이 점을 면밀히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전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는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는 반드시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하급심에서는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피해 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봅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따라서 괴롭힘 신고자의 인사이동을 할 때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아닌 업무상 필요성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안내하고, 불이익 감소를 위한 배려 조치를 고려하는 등 근로자와의 협의를 더욱 철저하게 거쳐야 할 것이며, 괴롭힘 신고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는다면 향후 갈등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희수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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