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이 코로나19와 고물가를 기점으로 식품 시장에 안착했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줄어들어 성장을 멈출 것이란 예상과 달리,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이 간편식 소비를 늘리면서 HMR의 종류와 범위가 확대됐다. 그중에서도 식품업계는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냉동’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에서 2020년 4조원, 지난해에는 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프라이어 등 조리기구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오던 HMR 시장은 코로나19로 식품시장의 거대 축이 됐다. 전통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단체급식업체, 간편식 전문 제조 기업 등이 앞다퉈 HMR을 출시했다. 유통회사들도 자체브랜드(PB)를 통해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인다.
그 중 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것은 냉동 부문이다. 상온·냉장 제품과 달리 냉동 제품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채소 등 신선식품이 포함된 상온 밀키트는 제조기한을 포함하면 2~3일 내에 소비해야하지만, 냉동 제품은 유통기한을 수 개월까지도 늘릴 수 있다.
기술 개발을 마친 기업들은 냉동 HMR 시장에 속속 진출했다. 하림산업의 ‘더미식’은 냉동 국물요리, 튀김요리에 이어 이달 초 새로운 카테고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냉동 샌드위치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고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첫 냉동 브랜드 ‘프레즌트’를 통해 냉동 HMR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도 지난해부터 냉동 HMR 부문을 육성하는 중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냉동 HMR 개발 과정에서 급속냉동 기술 개발, 콜드체인 구축 등 여러 과제를 당면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르자 여러 업체들 간 냉동 HMR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전환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두, 너겟 등 간단한 간식 수준에 머무르며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인식됐던 냉동 간편식은 최근 뼈해장국, 까눌레, 파스타 등 한 끼 식사와 디저트류까지 확장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었지만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 수요가 유지되는 것도 냉동 HMR 시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냉동 HMR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식품업계는 1~2년 안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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