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놓고 국내외 증권가 일각에선 ‘트럼프 수혜주·피해주’를 가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대선 후보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이차전지 등 주요 섹터 관련 사안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정 반대 입장이라 증권가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두 차례 열린 공화당 대선 주자들 토론엔 빠진 채 각 지역을 돌며 표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공화당에선 경쟁자가 없다고 보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 준비에 집중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는 8.96% 떨어진 52.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봉쇄조치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관계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파트너스는 이날 하락폭이 16.56%에 달했다. 종가 24.74달러로 지난 7년래 최저가에 거래됐다.
브룩필드리뉴어블파트너스는 5.94% 내린 20.44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는 3.25% 낮은 156.34달러에 거래됐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지난 한달간 하락폭이 20% 안팎에 달한다. 주가가 가장 많이 빠진 넥스트에라파트너스는 48.86% 내렸다.
이들 기업은 높은 금리가 이어지는 와중 정부 보조금 축소 우려가 부상하면서 주가가 내리고 있다.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환경 보조금이 대폭 삭감될 수 있어서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해상 풍력터빈 때문에 많은 고래가 죽는다”며 풍력 발전을 맹비난했다. “풍력 발전이 고래를 미치게 만든다”는 주장도 했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비용이 높고 사업 기간이 길다. 이때문에 차입 비용에 큰 영향을 주는 정부 보조금과 금리 변화 등에 민감하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길 경우 자동차 관련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투자매체 바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대부분이 전기차 산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기업들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영업 적자 상태인 루시드그룹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루시드그룹은 지난 한달간 주가가 12% 내렸다.
다만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전기차 투자 축소는 대폭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전기차·배터리 신규 투자 대부분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비율이 높은 남부에 몰려서다. 투자 계획이 표밭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대규모 삭감은 어렵다는 얘기다.
존 디어를 비롯한 미국 농기계 관련 기업들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농업 종사자들을 만나 “더 많은 땅을 사고 더 큰 트랙터를 사라”며 “농업은 내 재임 기간에 가장 흥했다”고 했다.
국내 증시엔 올 상반기 이차전지 랠리를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IRA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엔 사업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 3사의 미국 투자액은 45조원에 달한다.
미국 투자매체 바론은 “전기차 기업 등엔 사실 논쟁에서 이기는 게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산업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어떤 산업이든 정권별 정책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지에 관계없이 미 대선 주요 이슈를 주의깊게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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