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대장주' 로레알, 나홀로 화색

입력 2023-10-03 18:15   수정 2023-10-10 08:33


“뷰티 시장은 현재 2700억유로(약 385조원)에서 2030년 4000억유로(약 57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성과 젊은 층을 넘어 폭넓은 소비자가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고, 고가 제품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글로벌 1위 화장품기업 로레알의 최고경영자(CEO)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인 화장품 소비자에서 나아가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레알은 수십 년간 인수합병(M&A)으로 제품군과 지역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최근 중국의 소비 부진으로 글로벌 화장품주가 고전하는 가운데 로레알이 홀로 선방하는 비결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대를 아우르는 화장품 라인으로 중국의 부진을 최소화했고,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M&A로 일군 화장품 제국
로레알은 40여 개 브랜드를 바탕으로 세계 약 150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382억유로(약 54조4600억원)로 글로벌 화장품기업 중 1위다. 1907년 프랑스 출신 화학자인 외젠 슈엘러가 머리 염색약을 개발해 인기를 얻자 1909년 회사를 세웠고, 이듬해 로레알을 브랜드명과 회사명으로 도입했다.

로레알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이어 프랑스 증시에서 시가총액 2위다. 창업주의 손녀이자 로레알 지분 34.7%를 보유한 가족 지주회사의 회장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다.

로레알의 최대 강점은 중저가부터 고가 화장품,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과 헤어 제품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다. 화장품 브랜드 랑콤과 입생로랑 뷰티, 슈에무라 등이 대표 브랜드로, 로레알은 소수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를 M&A로 확보했다. 한국에서는 패션·화장품업체 스타일난다를 2018년 사들였고 최근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이솝을 25억3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실적 고공행진…뷰티테크 속도
중국 경제가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살아나지 못하며 글로벌 화장품주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주가는 올 들어 44% 떨어졌고 한국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각각 38%, 10% 하락했다.

로레알 주가는 2일(현지시간) 393.7유로로 마감하며 올 들어 18% 올랐다.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덕택이다. 로레알의 상반기 매출은 206억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반기 매출이 200억유로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43억유로로 같은 기간 14%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0.7%로 사상 최고치였다. 중국이 포함된 북아시아 매출 증가율은 0.6%에 그쳤지만 다른 대륙들 매출이 두 자릿수씩 증가했다. 유럽 매출은 65억유로로 16.6% 늘었고, 북미 매출도 53억유로로 14.7% 증가했다.

로레알이 주목하는 신성장동력은 뷰티테크다. 로레알은 자사 벤처캐피털 펀드 BOLD를 통해 세계 뷰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히에로니무스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뷰티의 미래는 진단·개인 맞춤형 제품 등 기술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뷰티테크의 리더가 되기 위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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