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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최측근이 "메르켈 정부의 정책 실패로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에 '과의존'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메르켈 정부가 주도한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전 총리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지낸 라르스 헨드리크 뢸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메르켈 총리 집권 당시)도 알았더라면 우리는 당연히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메르켈 정부의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메르켈 정부가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노르트스트림 송유관을 통해 들여온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키웠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메르켈이 탈원전을 결정한 후 러시아산 가스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그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뢸러는 다만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도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에너지 파트너로서의 신뢰성을 높였다"며 러시아산 가스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당시 독일 국내 가스전 개발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 건설 등에 대한 반대 여론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의 대안을 모색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풍부하고 값싼 러시아 에너지 수입이 독일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어 10년 연속 강한 성장세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뢸러는 메르켈 집권기(2005~2021년)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메르켈 전 총리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최근 독일 내부에서는 디지털화 실패, 자동차제조업 및 중국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등 '메르켈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는 "메르켈 집권기에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조짐이 명백해졌는데도 탈러시아를 위한 대책을 적기에 수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전쟁 발발 이전 기준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전체 가스 수요의 55%, 전체 에너지 수요의 27%에 달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산 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독일은 극심한 에너지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올라프 숄츠 연립정부의 일원인 로베르트 하벡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달 독일 연방의회에 출석해 "우리 정부는 지금 메르켈이 16년간 실패한 에너지 정책을 불과 몇달 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숄츠 내각은 전쟁 이후 LNG 터미널 건설에 집중하고 카타르, 미국 등으로부터 LNG 수입량을 대폭 늘렸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 승인을 간소화하는 등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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