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1000명 정도. 매년 각 대학에서 배출하는 순수미술 전공자가 3000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좁은 문이다. 전업작가가 되지 못한 이들 중에서도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전시기회도, 작업실 월세를 내고 재료를 살 돈도, 작품에 조언해주는 ‘멘토’도 충분치 않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는데도 운이 따르지 않아 붓을 꺾는 '유망주'들이 해마다 부지기수로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재단법인 천만장학회가 매년 젊은 미술 전공 재학생들을 뽑아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건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다. 천만장학회는 고(故) 이천득씨와 이만득 현 삼천리그룹 회장 두 형제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장학재단. 이곳은 지난해부터 ‘천만 아트 포 영’ 프로젝트를 통해 회화, 조각, 공예, 디자인, 뉴미디어 등 현재 시각예술 전분야의 학부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공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전시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총 상금은 1억2100만원이다. 1등상인 '天'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이 지급된다. '地' 수상자 두 명에게는 각각 700만원이, '海' 수상자 세명에게는 각각 500만원이, '人' 수상자 27명에게는 300만원씩이 수여된다. 33명의 수상자 중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1명에게는 인기상 명목으로 100만원이 더 주어진다. 이들 수상자들은 내년 5월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기회도 얻는다.
심사에서는 국내외 유수 큐레이터와 아트마켓 전문가, 작가 등이 작품의 독창성과 작가의 성장 가능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블라인드 서류심사(1차)와 면접심사(2차)로 구성돼 있다.
2차 면접심사에는 휘트니 미술관의 로렌 영 시니어 큐레토리얼 어시스턴트, 토모코 야부메 도쿄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참여한다. 특히 이들 심사위원이 1차 합격자들 중 일부 인원을 선정해 일대일로 비평 및 조언을 제공할 예정인 점을 주목할 만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젊은 작가들이 이때까지의 성과를 평가받고 향후 작품활동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기간은 오는 12월 16일까지다. 천만아트포영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받은 뒤 포트폴리오(자유 양식, 용량은 50MB 이하)와 함께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접수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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