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로봇을 만드는게 아니라 당장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실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
지난 26일 경기도 분당 두산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와 임직원들은 회사의 로봇 산업 경쟁력에 이렇게 말했다.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즉각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로봇에 대한 실수요를 창출해 회사의 급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류 대표는 "단순히 업무의 효율성 측면이 아니라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에서 인간이 해방되는데 로봇이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기술도 갖추고 있는 상태라 시장 성장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협동 로봇은 의료 로봇과 함께 가장 상용화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복잡한 기술력이 필요해 일상생활에서 쓰이려면 아직도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한 휴머노이드와는 달리 당장 산업현장에 투입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는 공장에서 단순 적재, 물건 이동, 볼트 너트 조립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실제 미국의 소스를 만드는 공장에 가본적이 있는데 굳이 사람이 해야하나 싶은 소스통 이동 및 적재를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며 "대안이 없어서 이렇게 해왔는데, 협동로봇이 이를 대신해준다면 인간은 더 효율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로봇은 인간이 굳이 할 필요가 없고,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하는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건비가 비싸고 노동력 부족, 노동자 인권 이슈 등이 제기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협동 로봇에 수요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35%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선 찾아보기 힘든 압도적인 성장세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시장 성장과 함께 2024년 흑자전환, 2030년 기준 매출액 7663억, 영업이익 2133억원을 달성할 것이란게 회사측의 전망이다.
현재 단순 노동 등을 대신할 로봇의 침투율은 2%에 불과한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확대 등이 나타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산비용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다. 인건비가 올라가는 추세에 반대로 로봇 구매 비용이 낮아지면 특정 시점에는 로봇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치킨 판매를 위해 닭을 튀겨주는 협동로봇 1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3년동안 월 130만원을 내야한다. 공장에서 나사를 박는 로봇의 경우에도 솔루션 포함 7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정확한 업무, 일정한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로봇의 장점에 더해 향후 대량생산체제로 비용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면 빠른 속도로 보급이 이뤄질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연 3200대의 로봇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수치는 매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류 대표는 "이같은 관측에 현재 굴지의 해외 IT기업, 배터리 기업 등과도 공급 계약 및 공동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만큼 인건비가 높거나 노동자 관련 이슈가 강하지 않은만큼 아직까지는 로봇 수요가 만들어질만한 환경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산 로보틱스의 현재 해외매출 비중이 60%가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향후 한국 역시 노동력 부족과 ESG 강조 등이 예상되는 만큼 한발짝 늦게라도 시장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력은 특히 ‘기술력’에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협동로봇 산업의 성장자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만큼 중요한건 글로벌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현재 협동로봇 시장에선 미국·덴마크 회사인 유니버셜로봇(UR), 일본의 '화눅', 대만의 '테크만' 등이 대표 플레이어다. 두산 로보틱스는 이들과 글로벌 4강을 구축하고 있는데,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류 대표는 "20KG 이상의 물건을 옮길 수 있는 '하이페이로드'(고중량·고하중) 기술에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하이페이로드 시장 점유율의 72%를 두산로보틱스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페이로드 기술은 로봇이 고중량의 물체를 이동시키게 하는 기술인데, 이 시장 자체를 두산로보틱스는 이 시장을 새로 열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가 자체개발한 중력보상장치와 로봇 설계 등이 하이페이로드 기술의 진입장벽이 되는 만큼 향후에도 차별성을 유지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페이로드 기술을 이용한 협동로봇은 일찌감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두산로보틱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이 로봇을 수출했는데, 보통 10~25KG의 무게가 나가는 캐리어를 이동시키고 적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70KG까지 이동 및 적재가 가능한 만큼 미국 공장들에서 무거운 자재들을 옮기는 데도 쓰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협동로봇이 환경에 맞춰 힘을 조절하는 토크센서 기술이나 상황을 인지해 행동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도 두산로보틱스의 강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력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인 만큼 투자를 계속해서 늘리겠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이상공 두산로보틱스 전략팀장은 "현재 회사 인력의 40%가 R&D 인력"이라면서 "연구개발에 '올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달 5일 기업공개(IPO)를 통해서 들어오는 자금도 대부분 기술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공장 신설, 자체 기술개발 뿐 아니라 기술을 갖추고 있는 로봇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드웨어인 로봇 뿐 아니라 로봇을 가동할 소프트웨어도 중요한 기술인 만큼 이 분야 기업 인수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작업에 약 4000억원의 '실탄'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로봇이 대신하게 될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셀 경우 예상하지 못한 규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타다나 법률·의료 관련 플랫폼 등 신사업 등도 앞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며 시장 예상치만큼 성장하지 못한 바 있다. 현재는 신사업 육성을 목표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정부들이 앞다퉈 로봇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로봇이 상용화되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상장 초반 주가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랜만에 나오는 'IPO 대어'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다. 개인투자자 등이 몰리면서 단기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과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업계 등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위협 요인 보다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의 경우 국내 투자처 중 구조적 성장을 이룰 손꼽을만한 유망 분야인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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