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겹치면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과도하게 내려간 종목들은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오후 코스피지수는 2.46% 하락한 2404.29, 코스닥지수는 3.93% 빠진 808.15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200억원, 기관은 49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역시 하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전날 S&P500은 1.37%, 나스닥종합지수는 1.87% 하락했다. 다른 주요 아시아국들 역시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82%, 홍콩 항셍지수는 1.09%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만 자취안지수 역시 1.01% 빠진 16288.32에 장을 마쳤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많아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장중 연 4.81%까지 치솟아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달 27일 연 4.03%에서 이날 오후 연 4.30%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Fed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진 것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에서 열린 한 지역행사에서 “노동시장이 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물가 안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셸 보먼 Fed 이사도 최근 미시시피·테네시주 은행연합회 행사에서 “현 긴축 수준에선 인플레이션 안정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달러 변동성 역시 증시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60원을 넘겼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이번 연휴 기간 중 Fed 인사들의 발언은 매파적이다보니 미국 10년물 금리는 한때 4.8%대에 도달하면서 밸류에이션 상 주식 할인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지난달 고금리, 강달러 충격을 증시가 소화해냈지만 여진이 당분간 증시를 제약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일 때 오히려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도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내년도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여전히 유지되는 만큼 불안 심리가 커진 시기가 매수 적기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500 이하로 내려갈 때는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이고 상승 여력은 큰 국면”이라며 “내년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 자동차, 신재생, 조선, 방산 등의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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