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늘은 한반도에 평화의 지도를 그리며 번영의 미래를 구상했던 10.4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그 역사적 선언 이후 11년의 긴 공백과 퇴행이 있었지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되살아남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남북관계가 또다시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섰다.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며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우려 섞인 대북관계 조언에 "아직도 헛된 북한몽에 빠져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가짜 평화를 부여잡고 종전선언에 집착하던 문 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에 눈 감고 있다"며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상대를 향해 '대화의 노력'을 앞세우고, '평화로 힘을 모으자' 말하기엔 우리의 안보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이 보여준 지난 5년간 가짜 평화쇼와 대북 굴종적 자세에 북한이 속으로 비웃으며 핵과 미사일을 나날이 고도화하고, 노골적인 남북 관계 위협으로 대답했음을 진정 모르는가"라며 "이쯤 되면 여전히 '잊히고 싶은 대통령'인지 국민께서 진심을 알고 싶어 하신다"고 비꼬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 및 전국 읍·면·동회장 총력안보 결의대회' 현장 축사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 남침 억지력의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 대북 정찰 자산을 축소 운영하고 한미연합 방위 훈련을 하지 않아야 평화가 보장된다는 '가짜평화론'이 지금 활개 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북핵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핵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격상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했다"며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자유 대한민국을 굳건히 수호하고 국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도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은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발언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잇달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네티즌들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재조명했다.
2020년 6월 북한은 남북화해의 상징이자 판문점 선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49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군의 감시 장비로 포착한 37초 분량의 흑백 영상을 공개하자 북한은 다음날 보란듯 고화질 컬러 사진으로 폭파 모습을 전하며 응수했다. 컬러로 접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판문점 선언' 결실로 탄생한 연락사무소는 개소 1년 9개월 만에 먼지가 돼 사라지면서 대한민국 정부 예산 170억원도 날아가 버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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