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0일 15: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토마브라보는 전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빠르게 불어난 '스타 운용사'로 꼽힌다. 칼라일, KKR, 블랙스톤 등 대형 PEF 운용사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기술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전략을 앞세워 전 세계 출자자(LP)들로부터 131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확보한 독보적인 펀드다.
특히 LP 업계에선 가장 선호도가 높은 PEF로 꼽힌다. 2019년 37억달러에 인수한 모기지 금융 기술 업체인 엘리 메(Ellie Mae)를 18개월 만에 110억 달러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하기도 했다. 해당 펀드에 출자한 교직원공제회도 400억원을 투자해 원금 대비 4배가 넘는 1700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출자자들도 후속 펀드 출자에 참여하는 등 가장 선호하는 운용사로 부상했다. 올해 6월엔 증시 침체 속에서도 아덴자를 미국 나스닥에 105억달러에 매각하는 메가딜을 성사시켰다. 인수 후 2년여만에 두 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토마 브라보의 창업자인 올란도 브라보(53)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기업용(B2B) 소프트웨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막대한 현금흐름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라고 자신들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북미 테크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잠재력있는 기업이 탄생한다면 가장 먼저 달려와 투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토마 브라보의 투자 전략과 결정을 지휘하는 그는 현지에서 '월스트리트 최고의 딜메이커'(포브스), 'SaaS의 왕'(파이낸셜타임즈) 등의 수식어로 불리는 인물이다.
▶PEF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마 브라보가 다소 변동성이 큰 소프트웨어 기업에만 투자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B2B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사이버 보안 세 가지 분야에만 투자합니다. 이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은 다른 어떤 산업군보다 안정적이고 막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투자처입니다. 설립 이후 저희가 23년간 보여온 수익률이 이를 증명합니다.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잠재력은 있었지만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벤처캐피탈(VC)은 투자를 했었지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사모펀드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왔습니다.
테크 분야 혁신 기업들은 운영 차원에서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큰 현금 흐름을 낼 수 있는 회사들입니다. 저희가 23년째 해온 일은 혁신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변모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익을 가지고 다시 더 빠른 성장이라든지 연구개발이라든지 엔지니어링 연구라든지 하는 곳에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저희의 노하우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간단한 공식을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 성과와 밸류업 사례가 궁금하네요.
저희가 2014년 22억달러에 인수했던 컴퓨웨어(Compuware)가 대표적입니다. 컴퓨웨어 내엔 여러 부서가 있었는 데 인수 후에 저희는 다이나트레이스(Dynatrace)라는 부서를 눈여겨봤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관리하고, 클라우드 내 업타임과 자동화 관리 등을 하는 부서였습니다.
컴퓨웨어의 본업은 메인 프레임 관리였는데 해당 사업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경영진과 함께 이를 개선해 첫 단계로 본업을 매각했습니다. 동시에 다이나트레이스 사업부를 별도로 분사해 크게 재투자 했고 차세대 프로덕트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다이나트레이스의 창업자도 핵심 경영진으로 함께 협력을 했습니다. 다이트레이스는 별도로 상장에 성공했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142억달러에 달합니다.
저희는 하나의 어젠다를 세우고 기존 창업자와 경영진 그리고 임직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경험이 누적된 파트너들이 비즈니스 요소를 분석하면 저희가 각 요소에 적합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케이스를 하나 더 말씀 드리자면 소프트웨어 회사인 에피코(Epicor)입니다. 저희가 22년 전 처음으로 인수한 회사인데 소프트웨어를 유통사들에 공급하는 회사였습니다. 설립한 지 15년된 회사였는데 수익성과 성장률이 낮은 회사였습니다. 저희의 파트너들은 기존 경영진들과 함께 협업해 3년 후에는 마진을 많이 내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B2C보다 B2B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안정성 때문입니다. B2B 소프트웨어의 고객들은 제품을 사용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실시간으로 체감합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프라를 보호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B2C시장은 단순해보이지만 좀 더 복잡한 시장입니다. 소비자들을 예측하기 어려워 언제든 브랜드파워를 잃을 위험이 큰 시장입니다.
▶금리 인상기에 돌입해 제2의 IT버블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IT 버블 붕괴라고 할 만한 하락 사이클은 앞으로도 여러번 일어날 것입니다. 저희가 투자하는 기업들의 대다수는 잠재력은 있지만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자본 조달 비용이 커질 테고 여러 가지 매크로 요인을 고려했을 때 성장이 둔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주가가 떨어지는 일은 수시로 발생할 것입니다.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2020년 1분기, 2분기 코로나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시장 참여자로서 사실은 시장이 안정적인 상태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희는 인덱스 지수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인수하고 매각하는 펀드입니다. 저희 펀드마다 평균적으로 1년에 3~4개 정도의 회사를 인수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전체 시장 상황보다 회사가 성장을 하는지 현금 흐름을 어떻게 키울지 궁극적으로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 메를 저희가 ICE에 110억에 매각할 2020년엔 주식 시장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6엔 저희가 아덴사를 117억달러에 나스닥에 매각을 했는 데 이 때 시장 상황은 다소 달랐습니다. 또 저희가 그 회사들을 인수하는 시점에는 테크 인덱스가 높은 시점으로 낮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인수 이후 가치를 더 많이 창출을 하고 전략적인 인수를 했던 것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앞으로 소프트웨어에만 집중을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회사 차원에서 내린 것도 역설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중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굉장한 변화였습니다. 자금 조달도 당연히 어려웠고요.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투자의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에 당시 저희가 파트너가 된 LP들하고는 굉장히 강한 유대가 생겼습니다.
▶한국은 게임, 모바일앱 등 B2C 분야엔 세계적 테크 기업들이 있지만 B2B에선 글로벌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산업 육성 측면에서 조언을 부탁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재밌는 것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고객들에게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덕트가 있으면 즉시 글로벌하게 유통을 할 수 있고 물리적인 공급망이라든지 운송망을 위한 하청 등 부대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개발팀이든 R&D팀이든 영업이든 글로벌하게 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의 자체 특성상 고객들도 글로벌한 고객들한테 바로 닿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더 열려 있을 수록 그 기술을 사용해서 다른 여러 가지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생깁니다. 한국 기업들도 더욱 연결에 집중한다면 B2B 부분도 더욱 발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기업들이 리스크를 조금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즈니스 오너로서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비즈니스 시스템을 파괴하고 거기에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성을 크게 올려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크 테이킹도 중요하다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쟁력 있는 PEF의 핵심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산업에 대한 이해와 산업 내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모펀드 업계도 많이 변화해 왔는데요. 제가 1997년에 이 일을 시작을 했을 때는 좀 중요한 것은 딜을 체결하는 것 특히 금융적인 구조화 등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적인 투자 전략 기법 같은 것들은 너무 흔한 일이 됐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아니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전술 수준에 그쳐 이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창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를 했을 때 더 나은 회사가 되도록 개선하고 강화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가지고 있는 오너십 모델이 주주들뿐만 아니라 회사들 간의 동기화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주와 회사 간 이해관계 일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상장사는 주주들이 있고 주주들은 당연히 성과를 중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주주들은 이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런 운영 차원의 정보를 굉장히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주주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 경영진들의 성과에도 적용이 되고요. 그래서 기업 경영에선 관리 감독의 체계에 여러 층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사모펀드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오너가 하나의 어젠다를 가지고 있고, 그 어젠다를 경영진이 함께 공유하는 형태라고 봅니다.
여기에 굉장히 큰 힘이 있는 이유가 이렇게 얼라인이 되면 투자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 회사의 컬처 핏에 대한 방식,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조금 더 일관적으로 함께 협력해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장한 소프트웨어 회사 같은 경우에는 주주들을 신경써야하니까 주가 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이라든지 추가 M&A라든지 핵심 제품의 재투자라든지 하는 여러 측면에서의 의견과 방식이 있는데요. 하나의 오너가 있는 이 사모펀드 환경에서는 특정하고 구체적인 목표,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경영진과 그 목표에 대해서 합의를 하고 그 타임라인대로 함께 움직이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애매하게 무기한으로 타임라인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예를 들어서 3~4년 안에 이런 목표를 달성한다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명확도가 크게 올라가고 명확도는 항상 좋은 일이고 또 명확도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서 액션을 해야 된다는 경영진의 시의성과 시급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더 강력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장 집중해서 유망하게 보는 섹터는 무엇일까요.
사이버 보안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사이버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그리고 글로벌한 차원에서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희는 2009년부터 사이버 보안에 집중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아나플랜(13조원), 세일포인트(8조원), 핑 아이덴티티(3.5조) 등 25조원을 기업 인수에 투입했는 데 대부분 보안에 특화한 기업입니다. 핑 아이덴티티라는 고객 정보 보안 분야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입니다. 세일포인트는 기업용 개인화 보안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프루프 포인트는 특히 이메일 사이버 보안에서 선도적인 업체입니다.
▶딜소싱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개수로는 450개, 총 가치로는 2500억달러 정도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업계에서 중요 핵심 인물들도 많이 알고 있고 이사회 등 그들과 또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잘 팔로업 하고 있는 것이 저희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리더십 팀과 저희 매니징 파트너들은 최소 16년 정도 함께한 사람들입니다. 이탈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팀을 일괄적으로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오너들이나 이사회나 매니징하는 쪽과 굉장히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팔로업하는 것도 저희 팀원들이 팔로업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서 투자할 계획은.
한국도 나중에는 B2B 소프트웨어 쪽의 마켓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되면 저희가 가장 먼저 와서 투자하고 싶습니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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