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벌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매크로 조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게 발전하면 국기 문란이 되는 것”(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라며 대책 마련을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여권은 이번 사태를 ‘드루킹 사건’과 연관 지으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년 총선 국면에서 여론 조작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 당시 다음의 ‘클릭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을 응원한 비율이 91%에 달하면서 불거졌다. 여권에선 특정 세력이 여론 조작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의혹은 이날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카카오에 따르면 클릭 응원 총 3130만 건 중 확인된 IP의 클릭 응원 수는 2294만 건이다.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인데, 이 중 99.8%(1989만 건)를 네덜란드(79.4%)와 일본(20.6%) 주소의 IP 단 2개가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문제가 된 IP에 대해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클릭 응원은 매크로를 이용해서 조작한 것이고, 이를 숨기기 위해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했다”며 “특정 세력의 조작이기 때문에 명명백백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포털 내 여론 조작 가능성은 우리 당에서 그간 수차례 의혹을 제기한 사안이고 이번에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론 조작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경찰 수사와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포털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비판 기사의 노출을 막기 위해 포털을 압박한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 사이트(다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포털 다음이 여론 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그간 여론 조작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는데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포털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길성/이주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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