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10·4 선언의 담대한 구상은 우리 겨레의 소망을 담은 원대한 포부이면서 동시에 남과 북이 실천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라며 “그 역사적 선언 이후 11년의 긴 공백과 퇴행이 있었지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되살아났다”고 했다.
이어 “남북 관계가 또다시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섰다”며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고 썼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을 ‘공백과 퇴행’으로 평하고, 윤석열 정부는 ‘어두운 터널’에 빗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국민들이 함께 절실하게 평화를 바라며 힘을 모은다면 보다 일찍 어둠의 시간을 끝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10·4 선언은 노무현 정부 임기 종료를 4개월 앞두고 채택됐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종전선언 추진 등을 골자로 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북핵 폐기 언급 없이 ‘6자 회담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담았으며 납북자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과 관련해 현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파탄 났다며 “안타깝고 착잡하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가짜 평화를 부여잡고 종전선언에 집착하던 문 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에 눈 감고 있다”며 “아직도 헛된 북한몽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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