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서울 중구 을지로 100’, 우리 회사 주소다. 돈을 내고 고른 것도 아닌데, 언제 봐도 마음에 드는 주소다. 누군가에게 주소를 알려줄 때 헷갈리지 않아서 좋고 “주소 참 좋네요”라고 다들 칭찬해주니 더 좋다. 을지로 100은 ‘을지로’와 ‘100’이 합쳐진 것인데, 두 단어가 서로 잘났다고 티격태격 다투지 않고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봤다.
을지로의 명칭은 광복 직후 지어졌다고 한다. 역사 속 명장인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그래서 익숙하고 편안하다. 허준으로 유명해진 혜민서도 우리 회사 바로 길 건너에 있고, 조선시대에는 많은 관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도 을지로를 많이 사랑한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리자면, 많은 분이 을지로를 지하철역 기준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로 잘못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서울시청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2.74㎞의 거리를 일컫는다. 오랜 역사의 흔적인 을지로를 더 많이 알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100이란 표현도 참 좋다. 100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기분 좋은 숫자다. 100%는 일을 완전히 끝내거나 어떤 것을 가득 채움을 말하고, 100점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학창시절 100점을 맞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태어난 지 100일, 만난 지 100일도 그렇고 100년 기업, 100세까지 산다는 이야기는 거의 최고 수준의 덕담에 속한다. 100은 이렇듯 꽉 찬 행복함을 안겨주는 숫자라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가 보다.
집 주소, 회사 주소, 차량번호, 전화번호 그리고 최근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시라. 네잎클로버나 1등 복권의 행운처럼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의미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늘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나 물건, 공간에는 사연이 없는 게 없고, 다들 의미 하나씩은 있다. 다가올 미래도 복선이나 보물처럼 숨어 있다. 지금 이 순간과 내가 머무르는 공간, 내가 내딛는 조그만 발걸음 하나도 누군가에게 큰 영향과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과 감사함이 차오른다.
긴 연휴의 추석도 끝나고 황금벌판이 빛나는 10월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월은 어떤 보물 같은 의미를 숨긴 채 다가올지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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