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5일 14: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펀드를 통해 보유한 독일 빌딩에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다. 현지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이 까다로워져 출자자 중 삼성생명이 나섰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LTV를 맞추기 위해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중 삼성SRA자산운용의 글로벌코어오피스펀드(GCOF) 제1호와 SRA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21호에 총 6640만 유로(약 950억원)를 대여하기로 했다. 중순위 대출 성격으로 금리는 연 10%다.
이번 중순위 대출은 독일 코메르츠방크 사옥에 대한 금융 재구조화를 위한 조치다. 코메르츠방크 사옥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SRA운용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난 2016년 9000억원에 인수한 오피스 빌딩이다. 컨소시엄은 GCOF 제1호와 SRA 제21호 펀드를 통해 해당 자산을 보유 중이다.
삼성SRA운용은 빌딩 매입 때 받았던 선순위 대출의 만기 도래에 따라 지난 8월 현지 운용사 파트리지아를 통해 리파이낸싱(차환)을 실시했다. 현지 금융사 란데스방크 바덴-뷔르템베르크(LBBW), 바이에른LB, PBB, 유니크크레딧 등 4곳을 통해서다. 펀드 만기는 3년 연장해 2026년까지로 늘어났다.
리파이낸싱을 거치며 선순위 LTV가 5%포인트 낮아졌다. 오피스 부동산 경기 침체에 현지에서 자금 승인이 까다로워져 이번 리파이낸싱 땐 LTV 55%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매입 당시 선순위 대출은 4800억원으로 LTV 60% 수준이었다. LTV 갭을 메우기 위해 중순위로 1000억원의 대출을 추가로 나선 것이다.
기존 펀드 출자자들을 통해 에쿼티 출자를 타진했으나 공제회, 보험사들이 각각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삼성생명은 다른 오피스 자산들에 비해 우량하다고 판단하고 단독으로 대출을 승인하기로 선회했다. 건물 가치는 매입 때 9000억원에서 1조400억원 이상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매입가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랜드마크 빌딩인 코메르츠방크 사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지상 56층짜리 건물이다. 1997년 준공됐다. 건물 99%를 임차한 코메르츠방크가 인원 감축에 나서기로 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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