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버러에 있는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직원은 약 350명이다. 2년 만에 다섯 배 증가했다. 지금도 신규 인력을 채용 중이다. 지난달 중순 이 회사의 본사 테크니컬센터를 방문했을 때 연구원들은 유리창 너머로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광물을 뽑아내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한창이었다. 외부인 출입은 ‘절대 불가’다.
마이크 오크론리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배터리용 광물 수요 공식을 완전히 바꿨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미국 전기자동차산업 생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리튬 화합물 생산 1위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폐배터리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비용은 천문학적인데 당장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B 스트라우벨 CEO가 설립한 레드우드머티리얼스는 2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20억달러의 대출 지원도 받았다.
이를 통해 네바다주 카슨시티에 있는 생산공장을 확장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외곽에 배터리 재료 캠퍼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어센드엘리먼츠도 IRA에 따라 미 정부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로저 린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은 “75개의 특허를 취득했거나 출원 중”이라며 “켄터키주에 건설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에이펙스1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센드엘리먼츠는 폐배터리에서 금속 추출과 동시에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을 하나의 공정으로 진행하는 ‘하이드로 투 캐소드(hydro-to-cathode)’ 공법을 개발했다. 에이펙스1에 신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린 부사장은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2025년에 25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 원료와 전구체 및 양극재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이후 3~4년에 걸쳐 생산라인을 추가해 연간 최대 75만 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기존 연산 3만 대 규모의 조지아 공장 확장도 검토 중이다.
배터리 제조에선 한국과 중국이 앞서 있지만 또 다른 제조 공정인 배터리 재활용에서는 미국이 수율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먼저 잡겠다는 전략이다.
스트라우벨 CEO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 스타트업 전시회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3’에 참석해 “배터리 재활용 및 제조는 자본집약적 프로젝트”라며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산업 정책이 배터리 공급망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이를 통해 아시아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3억달러 이상의 대출 지원을 받는 등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웨스트버러·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한경-서울대 공대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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