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취업 시즌이다. 수시 채용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고교 졸업 예정자들에겐 연례행사처럼 된 정기 채용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은 채용도 정부 시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 보니 정책이 중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부는 지방 이전 공기업 등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해당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 이전만으로는 정체된 지방을 살리기에 부족하고, 현지 채용까지 해야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각지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은 해당 소재지의 고교 및 대학 출신 중에서 30% 이상을 뽑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지역 인재 전형 합격자의 89%가 같은 대학인 곳까지 나왔다. 신입 사원들이 특정 대학 동문회처럼 되면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특정 학교 편중을 심화하는 지역 인재 의무 할당제, 이대로 둬도 될까.
이 때문에 정부가 아예 신입 사원 채용 때 지역 출신자를 강제로 뽑게 한 것이다. 지역에서 공부한 인재를 중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면 과도하게 몰리는 서울 진학 현상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더해졌다. 전남의 한국전력공사, 전북의 국민연금공단, 대구의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지역 출신 인재를 많이 채용해왔다. 정부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 30%에 달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높여왔다. 30% 이상이라는 중간목표에 달하면서 지역 출신자들이 다소 많은 경우가 나타나지만, 이제 정책적 효과가 발현하려는 단계일 뿐이다. 지금 제도를 다시 흔들어버리면 당초 취지는 어중간한 상태에서 유야무야될 공산이 크다. 지방 소멸 위기를 넘기려면 지역 학교 출신자를 우선으로 뽑는 것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더 늘려 뽑아야 한다. 그래야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자체도 개선된다.
지역의 대학 숫자가 뻔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가적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이 특정 대학 동문회나 동아리 모임처럼 되어선 안 된다. 가뜩이나 공조직의 치명적 문제점인 파벌이 조성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지금은 신입 사원들이어서 그런 위험성이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들이 중견 간부 이상이 되면 한국 특유의 ‘끼리끼리’ 폐쇄적·배타적 동문 문화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가 국립으로 세무대학을 세웠다가 없애버린 선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는 국세청에 필요한 세무 전문 인력을 국가 예산으로 길러내겠다는 취지로 세무대학을 세웠다. 이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설립 취지와 비슷하다.하지만 국세청의 근간인 조사국 등으로 배치된 세무대 출신들이 강력한 ‘세력’으로 커진 데다, 교육비를 본인이 부담하면서 세무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이 여전히 많은 점까지 감안해 논란의 세무대학을 결국 없애버렸다. 경찰 내 강력 ‘계파’처럼 된 경찰대에 대한 폐지 여론도 같은 차원이다.
좋은 일자리가 제한된 시대에 청년 세대에 대한 기회는 균등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구나 청년 백수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공정과 개방’은 유보할 수 없는 가치다. 지역 인재 채용이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안에서 쏠림현상까지 부채질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