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보정 사진, 합성 사진 불가능합니다."
최근 곳곳의 주민센터 민원창구 앞에 부착되기 시작한 안내문의 일부다. 본인의 실제 사진과 유사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AI) 사진'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 사람들이 이를 신분증에 활용하자 벌어진 일이다.
이 안내문은 "AI 프로필 사진 등 과도한 보정으로 본인확인이 어려운 사진은 주민등록증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본인확인이 어려운 경우, 담당 공무원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5일 찾은 서울 강남 인근 주민센터와 운전면허시험장 등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AI 사진, 과한 보정이 들어간 컬러 증명사진 제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주민센터 직원은 "설마 진짜 가져올까 했는데 실제로 AI 사진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컬러 증명사진인데 사용하면 안 되냐'고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뭐가 됐든 과하게 보정된 경우엔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워 사진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AI 프로필 사용 우려에 금지 관련 포스터도 더 많이 부착되는 분위기"라며 "계속해서 AI 프로필 등 과도한 보정 사진이 활용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AI 사진 등을 금지한다는 등의 안내문은 따로 부착되지 않았다. 다만 민원창구 관계자는 "요즘엔 운전면허증에도 컬러 증명사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흰색 배경에 깔끔한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추천한다"며 "AI 사진인지 컬러 증명사진인지 구분이 어려운 사진을 가져오시는데, 이는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앞서 지난 5월 말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SNOW)가 출시한 'AI 프로필'은 한동안 트래픽이 몰려 서비스가 한때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AI 프로필은 본인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 10~20장을 올리면 마치 사진관에서 촬영한 듯한 AI 사진 30장을 받아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패러닷이 출시한 'AI 증명사진'도 자기 얼굴이 나온 실물 사진을 기반으로 한 20가지의 증명사진 콘셉트의 프로필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AI 사진의 대중화 이후, 신분증에 활용할 수 있는 사진 통과 기준이 강화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 씨(25)는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을 겸 새로 컬러 증명사진을 찍어서 갔는데, AI 사진이 아니냐고 오해받았다"며 "과하게 보정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 씨(28)는 "여권 발급을 위해 구청에 갔는데 실물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진을 한 번 더 찍게 됐다"며 "AI 사진 때문인지 사진 검열이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고조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27일 주민등록증 사진에 변형이 가능하거나 본인확인이 어려운 사진은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스노우의 AI 프로필 페이지에는 "AI 프로필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본인 증명용 사진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당부사항이 생겨나기도 했다.
한편 주민등록법 시행 규칙 등에 따르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의 신분증 사진은 '6개월 이내에 모자 등을 쓰지 않고 촬영한 천연색 상반신 정면 사진'이어야 한다. 해당 규정에 부적합한 사진을 가져온다면, 재발급이 반려되거나 사진 보완 요청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받을 때는 전산상의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이전 사진과 비교해 특징점을 추출,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일치도는 60점을 넘겨야 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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