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상식적인 입장에서 말이 되는 소리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함께 기소돼 피고인석에 앉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신체접촉 허가'를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배임·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 세력인 민간 사업자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한 개도 들어준 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녹취록을 보면 제가 그들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자기들끼리 스스로 이야기를 한다"며 "검찰이 그런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제가 무슨 유착을 했다는 건지 피고인 입장을 떠나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위례신도시 의혹에 대해선 "그들과 유착됐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하면 되지 이렇게 공개 입찰을 거치기까지 하겠냐"며 "역시 녹취록에도 다 나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에 대한 수사는 검사를 수십명 투입해 수백번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또 할 것이며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이날 재판을 짧게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기일이 한 번 연기된 상황이고 영장 심사 후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하는 것을 봐서는 재판을 진행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공판은 검찰 측의 일부 공소사실과 관련한 모두진술과 이 대표의 반박을 듣고 예정보다 빠른 1시간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측근인 정 실장과 관련해 "보석 조건 때문에 정진상과 전혀 접촉하지 못하는데 이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하거나 재판이 종료되면 대화하지 않을 터이니 그와 신체접촉을 할 수 있도록 그거 하나만 허락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를 재판부가 허가하자 이 대표는 정 씨의 등을 두들기고 포옹하며 악수한 뒤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재명, 정진상과 사귀나"라는 제목을 글을 올렸다. 전 전 의원은 "대화 안 해도 신체접촉으로 통하는 사이라는 말"이라면서 "무슨 마피아 영화 한 장면 같다"고 비꼬았다.
한편 검찰은 공소사실을 보다 명확히 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범죄사실 등을 구분한 점을 보면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허가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과 정 씨 측은 "아직도 심리의 대상이 무엇인지, 피고인의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이 안 돼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한 원칙)에 위배돼 공소 기각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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