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게이츠 하원 의원을 비롯한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 8인이 주도해 같은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을 해임시키는 과정은 격렬히 싸우는 야생동물들이 등장하는 자연 다큐멘터리와 비슷했다. 민주당의 하원 의원들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 의장을 해임하는 데 찬성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을 피하기 위한 임시예산안이 처리되자 이들 공화당 강경파가 반란을 주도했다. 셧다운을 완전히 피하려면 11월 중순까지 미 의회에서 본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공화당 의원들은 이 문제 해결을 뒷전으로 한 채 내전을 벌이고 있다. 좋은 결과를 맞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내전 벌이는 공화당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 전 정치적 상황을 생각해 보자. 공화당의 적수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유례없을 만큼 ‘현직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수준이다.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0%대에 그친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제3의 후보를 낼 수 있는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많은 나이를 문제 삼는 여론도 만만찮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친(親) 노동조합 성향이 강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미국자동차노조(UAW)는 공개 지지 선언을 미루고 있다. 최근 NBC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경제 정책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은 민주당을 21%포인트 웃돌았다. 모든 게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공화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작아졌다. 공화당 내 강경파가 매카시 전 의장을 끌어내린 건 민주당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태로 민주당의 문제점이 가려져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의 근로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전환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불만스럽다. 여러 지역에서 풍력·태양광 발전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공화당원들이 문제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의 분열은 유권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당내 갈등에 질려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자금 후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에서 잡음이 나면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후원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인 내부 분열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분열의 값비싼 대가
보수주의자들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규모 지출 감축이 현실화하려면 공화당이 내년에 의회를 장악하고, 더 나아가 백악관을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이번에 반란을 일으킨 주인공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차기 플로리다 주지사를 노린다는 게이츠 의원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민주당이 정계를 장악한다면 매카시 전 의장 해임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보수파 8명은 보수주의에 악영향을 준 세력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 글은 ‘Kevin McCarthy’s Ouster Was a Sellout for Nothing’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