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쓸어담는 구글·애플에…과징금은 겨우 600억

입력 2023-10-06 18:30   수정 2023-10-16 16:50

앱 내 결제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은 게임 앱에서만 강제하던 앱 내 결제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앱 개발사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용자가 유료 앱을 구입하거나 게임 아이템, 유료 웹툰, 음악 스트리밍,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하면 구입 가격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애플은 모든 앱에 같은 정책을 운영했지만 구글은 게임 앱에서만 앱 내 결제 방식을 의무화했다. 게임 외 앱은 구글 결제 시스템은 물론 외부 결제 시스템을 써도 상관이 없었다. 동일한 서비스라도 iOS보다 안드로이드 앱으로 결제할 때 가격이 더 낮았던 이유다.
○ ‘구글 갑질 방지법’ 무용지물

구글은 변경된 앱 내 결제 정책을 작년 4월부터 시행했고 이를 따르지 않은 앱의 업데이트를 제한했다. 6월부터는 앱 마켓에서 지침 위반 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앱 개발사들은 구글의 정책에 반발했다.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이 70%를 넘는 구글이 횡포를 부린다는 주장이었다. 국회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구글이 새 정책을 발표한 직후 앱 마켓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2021년 9월 ‘앱 내 결제 강제 금지법’ 혹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란 별칭이 붙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앱 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구글과 애플은 금방 우회로를 찾았다. 개발사에 앱 마켓 자체 결제 수단과 제3자 결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앱 내 결제가 논란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수료 인상이다. 구글의 앱 내 결제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늘어난다는 게 개발사들이 반발한 이유였다. 구글은 개발사에 선택권을 줬지만, 수수료는 구글 결제와 동일한 수준을 적용했다. 제3자 결제 이용 시 최대 26%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카드사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구글 결제 최대 수수료(30%)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애플도 작년 3월 구글과 같은 내용의 앱 마켓 이행계획을 내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논란이 계속되자 작년 5월 구글과 애플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태 점검을 벌였다.
○ 구글·애플은 정부 시정명령에 반발
방통위는 사실조사 전환 이후 1년2개월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한 것과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한 행동 등을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고 6일 발표했다. 사실상 수수료율이 차이가 없는 두 결제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얘기다. 시정조치 안에는 결제 방식 선택의 범위를 늘리는 방안 등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이날 구글과 애플에 통보한 것은 잠정 안이다. 사업자의 의견 청취와 방통위 심의·의결 등을 거쳐 시정명령과 최대 680억원(구글 475억원, 애플 205억원)의 과징금이 최종 확정된다. 시정조치 안 단계에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 서둘러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방통위가 소관 분야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순순히 정부 시정명령을 따르진 않을 전망이다. 애플은 “방통위가 발표한 사실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앱 스토어에 적용한 변경 사항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글도 “추후 최종 서면 결정을 통보받으면 신중히 검토해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방통위가 제재 방침을 내놨지만 국민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구글의 정책 변경에 맞춰 음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웹툰·웹소설 플랫폼 업체들이 잇달아 이용료를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글이 수수료를 올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예고한 과징금은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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