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머지않았다지만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일만 하다가 가족과 충분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 채, 또 ‘유럽 한 달 여행’ 같은 나의 버킷리스트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이 짧을지 길지 그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나 자신과 가족, 또 사회를 위해 언제 은퇴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추석 연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오래전부터 채워온 선택지에서 해답을 얻었다.
일에 대한 열정, 세상을 향한 호기심, 배움에 대한 기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면 은퇴하는 게 본인에게도, 사회에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끝없이 나태해지고 싶고, 왠지 모르게 주위 동료들이 영 마뜩잖고, 그동안 억눌러온 고집스러운 성격을 조절하지 못한 채 자꾸 노출한다면 이때도 조직을 떠날 시기다.
60대 심지어 70·80대에 이르러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사회에 통찰력과 분별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현역으로 남아 있어도 좋지 않을까.
건강을 잃으면 은퇴할 때라고 여기지만, 병마를 이기고 다시 강인한 삶을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 두 차례의 암 수술로 장기 다섯 개를 적출해야 했던 세계적 거장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81세 현역이다. 최근 한 행사에서 그는 “살아있는 지금이 청춘이다. 있는 힘껏 자신의 가능성을 만들라”고 말해 감동을 안겨줬다.
<AI 슈퍼파워>의 저자이자 시노베이션벤처스 최고경영자(CEO)인 리카이푸는 인공지능(AI) 분야 선구자다. 2013년 림프암 4기 진단을 받고 한때 생사를 오가는 나날을 보냈으나, 암을 극복하고 60세 넘어서도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그가 올해 펴낸 <AI, 2041>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5월엔 새로운 AI 스타트업을 설립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대가들의 60·70대 삶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그들만큼 용맹스럽게 나아갈 자신은 없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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