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만난 김혜연 엔씽 대표(38)는 “날씨와 환경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채소와 과일을 생산해 세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엔씽 본사 1층에 있는 모듈형 큐브에선 싱싱한 상추가 자라고 있었다. 큐브는 채소와 과일을 길러내는 일종의 인큐베이터다. 내부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하고 IoT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운영 시스템을 통해 물과 비료, 일조량을 제어한다. 이런 큐브를 레고 블록처럼 위로 쌓아 올려 수직농장을 만든다.
김 대표는 “엔씽이 개발한 수직농장은 40피트 컨테이너에서 상추와 과일 등을 1년에 최대 13번 수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약을 쓰지 않고, 유전자 변형 작업도 전혀 하지 않는다. 엔씽 수직농장은 블록처럼 쌓아올릴 수 있는 데다 원하는 위치로 옮길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한 대규모 창고형 스마트팜과 다른 점이다.
엔씽은 2020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도심에서 실증사업을 했다. 이어 작년에 UAE 종합유통그룹 사리야와 200만달러(약 27억원)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2020년 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했다. 채소 과일 등을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마트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부 계약 규모와 업체는 공개할 수 없지만 중동 업체를 상대로 연내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직농장 아이디어는 삼촌이 만든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됐다. 2010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김 대표는 해외에서 비닐하우스를 제작하던 삼촌의 일을 돕고 있었다. 당시 그는 비닐하우스에 센서를 달아 농사 자동화가 가능한지 고민했다. 4년 후인 2014년 한양대 창업교육센터 33㎡ 지하방에서 컨테이너에 IoT를 결합한 큐브를 처음 만들었다. 회사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from nothing to the number of things)’는 뜻으로 ‘엔씽(N.THING)’이라고 지었다.
김 대표는 채소 과일을 수직농장에서 재배하는 것을 넘어 생산과 유통, 공급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물류망을 갖추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엔씽은 경기 이천농장에서 생산, 재배, 출하가 한 곳에서 이뤄지는 도심형 수직농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세계 곳곳에 도심형 수직농장을 설치하면 날씨와 환경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