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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한, 강달러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주식과 채권 시장은 불확실성이 뒤흔들고 있지만 달러(강세)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의 투기꾼들이 다시 달러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투기성 투자자들의 달러에 대한 롱(매수) 베팅은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자산 매니저들의 달러 숏(매도) 베팅은 10월 이후 최저치로 감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5일 106.34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미 9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3일 107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99선으로 잠시 떨어진 이후 달러 인덱스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Fed의 통화긴축 정책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여파다. 미국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하는 반면 유럽과 중국은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미국의 금리가 세계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보다 달러에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달러 전망을 올려잡는 애널리스트들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들은 Fed의 통화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투자사 로드 애벳 앤 코(Lord Abbett & Co)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레아 트라우브는 “현재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할 때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4%에서 3%로 내려가는 것과, 3%에서 2%로 낮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강달러로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기록적인 하락세를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늘었다. 라보뱅크는 현재 유로당 1.05달러인 유로화 가치가 연말에 1.0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의 조던 로체스터 외환(FX) 전략가는 유로화와 달러화의 등가(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6개월 이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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