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와 함께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경기 부진 우려가 번지자 “굳이 2%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가?”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 정도는 되니 굳이 2% 목표를 향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에 부담을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가안정목표가 항상 2%였던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타기팅을 통화정책으로 설정한 초기였던 2000년대 3% 물가안정목표를 유지한 경험도 있다. 미국도 2% 물가안정목표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시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물가 안정 기조를 흔들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은행(Fed) 의장은 흔히 잭슨홀 미팅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 심포지엄에서 “2%는 우리의 인플레이션 목표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명확하게 강조한 바 있다. 물가 안정 없인 국민의 삶이 고통받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결국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불만이다.
물론 2%가 절대 수치는 아니다. 인플레이션 타기팅 국가 가운데 다른 물가상승률 목표를 가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국가들은 대개 극심한 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3% 타기팅 국가가 있는데 이들의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면 칠레 11.6%, 콜롬비아 10.2%, 코스타리카 8.3%, 조지아 11.9%, 헝가리 14.6%, 멕시코 7.9%, 필리핀 5.8% 등 목표의 몇 배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3%보다 높은 5%대 또는 그 이상의 물가 목표를 설정한 경우인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의 인플레이션율은 각각 72.3%, 20.2%, 11.4%에 달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를 2%에서 3% 정도 움직이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첫째, 평균이 2%인 경우에 비해 평균 3%라면 특정 제품의 가격 상승 폭이 생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같은 소비 비중을 갖는 상품이 존재하는데 한 상품은 큰 가격 변화 없이 0% 상승률이고 또 하나의 상품이 4%면 평균이 2%대로 형성된다. 같은 상황에서 평균이 3%라면 한 상품이 0% 상승률일 때 특정 상품은 6%까지 올라갈 수 있다. 즉, 평균 1%포인트 변화에 따라 특정 소비 품목은 훨씬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고 소비자의 물가 상승 체감도를 매우 높일 수 있다.
둘째, 목표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행위 자체가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기 어렵게 한다. 기존 2%에서 변경된 3%로 물가상승률 목표를 설정하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기대 변화를 가격 설정에 반영하면서 실제 물가를 올리게 된다. 셋째, 3%대 물가에 만족해 물가안정목표를 2%에서 3%로 변화시키면, 4%대 물가에 만족해 물가안정목표를 3%에서 4%로 변화시켜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따라서 2% 물가상승률 수치가 비록 정교한 이론하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타기팅 통화정책이 발전하면서 많은 국가에서 기본값으로 선정했다는 점, 2% 목표에서 상당수 국가가 물가 안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제참여자들이 통화정책 결정자의 행동에 관해 갖고 있는 기대와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참여자의 행동에 관해 형성한 기대가 상호 수렴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일종의 ‘포컬 포인트(focal point)’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목표 변경을 통해 매우 분명한 정책적 이득을 확인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호 간의 행동에 대한 기대가 잘 형성돼 있고 안정적인 포컬 포인트인 2% 물가안정목표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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