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인후스포츠센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13년 만에 금메달을 딴 오진혁·이우석·김제덕 선수가 시상식을 마치고 금메달을 일제히 벗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내밀었다. 태극 궁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정 회장에게 전폭적 후원에 감사하는 의미로 메달을 걸어주려 한 것이다. 만면에 웃음을 띤 정 회장은 극구 두 손을 내저으며 만류했다. 대신 선수들이 다시 목에 건 금메달을 양손에 하나씩 받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8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 모두 11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리커브 단체전에서 여자 선수들이 7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데 이어 남자 선수들도 금메달을 따내면서 13년 만에 남녀 동반 우승을 일궜다. 리커브 혼성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 금메달을 석권한 임시현 선수는 37년 만에 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에 올랐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 양궁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국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과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인도·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이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40년 가까이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체계적인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그룹은 명실상부 한국 양궁의 든든한 후원자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 회장에 취임한 후 2005년부터 5연속 연임 중인 정의선 회장에 이르기까지 39년째 양궁협회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으로는 최장기간이다.
이번 항저우 대회를 위해서도 최고급 인프라를 총동원했다.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한 훈련장을 조성하고 고정밀 슈팅 머신,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훈련 장비를 지원했다. 대회 기간에는 경기장에서 불과 3㎞ 떨어진 호텔에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해 선수들이 경기 틈틈이 물리치료를 받으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도 선수들이 좋아하는 한식을 매일 먹을 수 있도록 식당과 식단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아시안게임 양궁 결승전이 시작된 6일에는 항저우로 날아갔다. 경기를 참관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7일엔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서 리커브 종목 남녀 개인전 시상자로 나섰다. 시상대에 오른 임시현·안산·이우석 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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