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무단점유를 이유로 부과한 변상금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변상금 641억원 중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5년간 231만원만 납부했다.
9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가 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국유지를 무단점유했다는 이유로 시ㆍ도교육청에 부과한 변상금이 950억원에 달했다. 2019년 100억원에서 2023년 252억원으로 5년 사이 부과금 규모가 150%나 대폭 증가한 액수다.
다만 정작 시도교육청은 재정 부족 등의 사유로 상당 금액을 미납부했다. 최근 5년간 실제로 납부한 변상금액은 34억원으로 전체 변상금의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916억원은 현재까지도 미납 상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최근 5년간 부과받은 변상금이 641억원에 달했지만 납부한 금액은 0원이다. 경기도교육청에도 최근 5년 43억원에 달하는 변상금이 부과됐지만 납부한 금액은 고작 231만원(0.05%)에 그쳤다.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는 국유지는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209개의 시설로 면적은 15만9193㎡로 집계됐다. 4만8156평에 달하는 면적이다.
시·도교육청에도 사정은 있다. 과거 제도 마련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기재부가 8년간 적절한 방침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과거 학교가 설립될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토지나 부동산 등 재산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소유권 등 양도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유재산 사용 시 취득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 사용료를 납부해야하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시행됐다.
시도교육청 입장에서는 길게는 건립한 지 60년이 넘은 학교에 대해 변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2015년 기재부와 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 등 제도개선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국유지 변상금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지방 교육재정에 불안 요소로 작동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납부하지도 받지도 못하는 국유지 변상금을 막무가내로 부과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교육청 간의 지나친 행정력 낭비다”며 “지방 교육재정이 열악한 가운데 학교 및 교육시설에 대한 변상금 철회나 무상사용, 국유지 양여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향후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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