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열풍과 함께 우후죽순 출시됐던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지만 에코프로 등의 급락과 함께 2달만에 30% 이상 손실을 냈다. 증권가에선 유행에 편승한 테마형 ETF들의 잔혹사가 다시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2차전지 소재Fn’은 지난 7월25일 1만3520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은 뒤 현재 8700원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35.65%에 달한다. 올해 7월13일 상장 당시 주가보다도 13% 빠진 상태다.
이 상품은 기존에 출시됐던 2차전지 ETF들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셀 업체들을 담지 않는다. 에코프로(비중 20.65%), 에코프로비엠(13.98%), 포스코퓨처엠(12.10%) 등 2차전지 소재 업체들만 집중적으로 편입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증시에서 에코프로 등 소재주들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자 아예 여기에만 집중하는 맞춤형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증시 안팎의 과열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개인은 상장 이후 이 ETF를 65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반짝 상승 뒤 급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속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다.
앞서 4월25일 출시된 ‘SOL 2차전지소부장Fn’도 8월 이후 30.07% 떨어졌다.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은 같은 기간 32.88% 하락했다. 주가 상승률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의 손실율은 55.11%이다. 이 4개 ETF의 시가총액 합산은 1조207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소재주의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중국발 배터리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다, 테슬라의 3분기 차량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성장주이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2차전지 관련주의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2차전지 소재 ETF들이 과거 유행처럼 출시됐던 메타버스 관련 ETF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말 상장한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TIGER Fn메타버스’ 등은 상장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대부분 당시 고점 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해 유행의 고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운용사들의 악습이 반복됐다”며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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