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직접 당사자인 한국 반도체의 쌍두마차 두 기업의 노력이 컸을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대전 와중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겪었을 노심초사와 고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 속에 진행돼온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은 기술력 유지, 마케팅, 생산량 관리 이상의 발전 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하는 격동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피하게 된 것이 기업들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양국이 동맹의 격을 한 단계 올렸고,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회담 같은 주목할 만한 경제·안보 협력 성과도 있었다. 그런 기조에서 통상당국 실무진도 나름 역할을 해왔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 기업의 입장을 살피며 대외적으로 충실히 반응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지금 같은 때 정부의 존재 이유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도 총체적인 ‘중국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역시 한국과 한국 기업 이익을 언제까지 우선시하고 대우한다는 보장이 없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미·중 대립이 아니더라도 무역과 투자에서 어떤 장애물이 또 새로 생길지, 안도하기 어려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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