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그런 시대였다. 전후 폐허 위에서 막 경제개발을 시작한 가난한 나라,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나라였다. 국위 선양의 목마름이 그만큼 컸다. 더욱이 남북한 체제 경쟁이 극심한 마당에 북한은 이미 처음 출전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사격의 이호준이 금메달을 딴 터였다. 1973년부터 국위 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한창 실력을 발휘할 시기에 경력 단절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 제도가 많은 예술·체육인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그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 가운데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가 또다시 논란이다. 제도를 만들 당시에 비해 종목이 대폭 늘어난 데다 e스포츠·바둑·체스·브레이킹 댄스·카드게임(브리지) 등 ‘스포츠 같지 않은’ 종목들이 포함되면서다. 1974년 테헤란 대회 때 16개였던 한국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42개로 늘었다. 병역특례를 위해 경기에 참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은 종목도 있다. 대부분 아마추어가 나온 다른 나라와 달리 병역 미필의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야구, 골프 등이 대표적이다. 외신 기자조차 한국 남자 선수들의 병역 혜택에 관심을 갖는 것이 민망할 지경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K팝 가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해도 신기하지 않은 시대다. 국위 선양은 예술·체육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군복무 기간(육군 18개월)도 예전의 절반 수준이다. 예술인·체육인 병역특례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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