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로 부실 채권이 늘어나는 데다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10개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한 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0.49%)보다 0.14%포인트 상승한 0.63%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도 악화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호황이 끝나간다는 전망 속에 금융업계는 비대면·디지털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목표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정보기술을 적용해 금융 접근성을 높여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습에 맞서 플랫폼을 강화하는 한편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확대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화면을 통해 상담원 얼굴을 보며 상담 및 예금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KB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인터넷 주소(URL) 클릭으로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콜봇이 의도를 파악해 직접 처리하거나 해당 업무로 연결하는 서비스인 ‘AI-네비게이터 서비스’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고유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본인 인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 ‘쏠(SOL)’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고 등록한 뒤 얼굴 인증 정보로 로그인과 계좌 개설 등 다양한 금융업무를 이용할 수 있는 ‘얼굴인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엔 금융권 최초로 ‘창구 얼굴 출금 서비스’도 시작했다. 얼굴 인증 정보를 통해 신분증, 통장, 카드 등 출금 매체 없이 편리하게 돈을 인출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모바일 프린트 BM 시스템’을 통해 보험 계약에서 시간·공간의 제약을 극복했다. 간단한 로그인만으로 지점(대리점), 설계사 또는 고객 자택, 고객 사무실, 카페 등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영업 관련 서류 출력이 가능해졌다. 프린트 대상 서류에 개인 정보가 인쇄되지 않도록 AI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했다. 메리츠화재는 ‘텔레마케팅(TM) 보험 가입 서비스’(보이는 TM)를 제공한다. 보이는 TM은 보험모집인이 음성 통화로 표준상품 설명 대본을 낭독하고, 이 모든 과정을 녹음하는 기존의 절차를 단순화해 중요사항 설명과 청약 절차를 모바일 웹으로 진행한다.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뿐 아니라 계좌, 포인트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실물 없이 앱 하나로 온·오프라인 전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KB Pay(페이)’를 앞세워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오픈뱅킹부터 대출 이동제까지 서비스를 넓혀 올 6월 가입 고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삼성화재도 근로자의 만성질환을 디지털 기술로 관리할 수 있는 건강관리 플랫폼 ‘애니핏 프로’를 선보였다. 애니핏 프로 앱과 연동한 건강 측정기기(혈압계, 혈당계, 체지방계)를 사용해 개인의 관리 질환별 건강 수치를 기록하고 헬스매니저가 건강, 운동, 영양 분야별로 1 대 1 맞춤형 ‘휴먼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우량·선도 중견기업 발굴과 지원을 위한 ‘라이징 리더스 300’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출과 기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디지털 등 4대 부문에 5년간 4조원의 여신과 금융비용을 지원한다. 우리금융의 24개국 574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 등도 돕는다. 신한카드는 사내벤처 육성 제도인 아이엠벤처스를 통해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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