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살육과 민간인 납치를 자행하며 한동안 잠잠했던 중동 갈등이 극단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해 하마스를 절멸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맞선 하마스는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 인질을 처형하겠다며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히고, 아랍권 형제국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을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이름 붙이며, 예루살렘 성전이 있는 알아크사 일대에서의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박해를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분쟁의 이면에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75년간 얽힌 복잡한 정치 경제 군사적 갈등이 있다.
원유를 둘러싼 경제적 이해와 내전, 종파 갈등으로 분열된 중동 국가들을 단결시키고 서방과의 대결 구도를 재차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오랜 원한이다. 이스라엘과 이슬람 이웃 국가들은 지금까지 10여차례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다.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은 레바논과 이란 등 주변국 영토를 무단으로 넘나들며 암살과 파괴 공작 등 작전을 벌여왔다.
아랍 국가들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자체를 자신들에 대한 가해로 받아들였다. 유대인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시온(예루살렘)에 국가를 세운다는 시온주의 운동을 벌이며 이주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일대를 위임 통치하던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7년 '벨푸어 선언'으로 유대인 국가 승인을 약속했다. 1948년 영국의 통치가 끝나자 전체 토지의 약 6%를 가진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차지하고 건국을 선포했다. 요르단과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 등은 다음날 곧바로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그러나 서방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연패하며 이집트는 시나이반도까지 밀리는 굴욕을 당하고 10개월 만에 전쟁은 끝났다.
반대로 이스라엘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패배를 거듭하고 이를 갈아온 이집트와 시리아는 1973년 10월 6일 영토 수복 전쟁을 시작한다. 이집트와 시리아군이 양방향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 등이 참전했다. 이스라엘은 개전 초반 전차와 공군기의 상당수를 잃고 패망 위기에 몰렸으나, 미국의 지원으로 전열을 정비해 영토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에 협력적인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해 오일 쇼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집트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갈등이 비교적 줄어들었다. 이라크는 붕괴했고 레바논·시리아 등도 내전에 휩싸여 국력이 약해져 지속되는 분쟁에도 대규모 전면전으로 번지진 않았다.
1979년 혁명 이후 미국과 적대 관계로 돌아선 이란과의 갈등도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공습을 계획해왔다. 올초에도 항공모함과 공중급유기, 대형 폭격기를 동원한 미군과 이란 폭격을 염두에 둔 합동훈련을 벌였다. 2020년엔 공격용 무인 공격로봇으로 이란 최고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암살하고, 작년 해킹으로 전산 인프라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배후를 노리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뿐만 아니라 수니파 하마스까지 재정적·군사적으로 지원해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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