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러난 서울 S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 논란을 두고 새마을금고의 한 직원 A씨는 이같이 평했다. 이사장이 직원에게 자필로 반성문을 쓰게 한 뒤 지점마다 ‘조리돌림’을 시키거나 다짜고짜 사직서부터 내라고 한 뒤 삽시간에 면직하는 일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너만 조용히 넘어가 주면 지인을 승진시켜 주겠다”고 회유한 장면은 마치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A씨는 “다른 집단에선 쉽게 상상할 수 없겠지만 새마을금고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씁쓸해했다.
대통령도 감히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일을 이사장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금고의 독특한 운영 방식에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더해져서다. ‘독립채산제’ 형식인 새마을금고는 각 지역 금고가 개별 법인으로서 권한을 갖다 보니 중앙회의 통제에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감독 역량이 부족하다. 새마을금고 지점은 전국에 1200개가 넘는데도 부처 내 담당 공무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실제 S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을 호소한 직원 중엔 행안부에 직접 신고했다가 “우리가 그런 일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느냐”며 면박만 받은 이도 있었다.
그간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비위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엔 자기 며느리를 직장 내 괴롭힘 대상으로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부하 직원을 이른바 ‘유배지’에 발령한 인천의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조카가 응시한 시험의 면접관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횡령·배임과 같은 금융 범죄는 너무나 흔해서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더 심각한 것은 행안부, 국회도 이런 행태를 해결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 관리 기능을 강화하자는 공감대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매번 공염불로 끝났다. 최근에도 새마을금고 담당 기관을 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로 넘기고 검사 기관에 금융감독원을 추가하는 등의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지금의 논의마저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행태를 이대로 두는 것은 당국의 책임 방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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