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이·청·용, 반도체 메카로"

입력 2023-10-10 17:44   수정 2023-10-11 00:48

“이·청·용(이천·청주·용인) 삼각축을 기반으로 반도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사진)은 10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진행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이천·청주 사업장과 함께 2027년부턴 용인 클러스터(산업단지)의 첫 번째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청·용의 삼각 축이 완성되면 SK하이닉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생산 최적화 체제를 갖춰 양산 효율성을 높여 가겠다는 의미다.

곽 사장이 생산 효율성을 언급한 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어서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사에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서 판가름났다. 범용 제품 중심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이란 특성이 강했다.

최근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대형 테크 기업의 AI 서비스는 회사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성능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곽 사장은 “고객과의 제품 공동 개발, 긴밀한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 양산될 예정인 고대역폭메모리(HBM)3E 이후엔 초기 단계부터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 속에 메모리반도체의 기능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와 생산 방식은 물론 마케팅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업(業)의 본질이 바뀌면 세계 2위 SK하이닉스에는 1위 업체와의 격차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게 곽 사장의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AI 특화 D램인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해야 한다”며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화(스페셜티) D램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곽 사장은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시장의 변화가 SK하이닉스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선 ‘하이브리드 메모리 시대’를 전망했다. 곽 사장은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연산 기능을 넣는 PIM 같은 제품이 주목받을 것이란 얘기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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