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익률 16%…고금리 폭탄 피해간 '재난 채권'

입력 2023-10-10 17:55   수정 2023-10-11 00:3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대재해 채권(catastrophe bond·캣본드)’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기와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최근 기후 위기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캣본드 수익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재해 채권이 올해 채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발행한 ‘스위스리 캣본드 성과지수’는 올초부터 지난 6일까지 수익률 16%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미국 기업 하이일드 채권(4.6%)이 뒤를 이었다. 다른 채권 수익률은 마이너스(-)값을 기록했다.

재해(catastrophe)와 채권(bond)의 합성어인 캣본드는 손해보험사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유동화한 일종의 보험 연계 증권(ILS)이다. 대형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캣본드에 대한 관심은 올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위스리, 뮌헨리 등 글로벌 재보험사를 비롯해 금융권과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속속 캣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지난 7월 자연재해로 인한 부동산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캣본드를 발행했다. 구글도 캘리포니아 데이터센터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캣본드를 시장에 내놨다.

앤디 파머 스위스리 채권 담당자는 “캣본드 시장 분위기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며 “올해 1~9월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02억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캣본드 수요가 커진 배경엔 자산운용사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캣본드를 활용해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보장받으려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흐름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캣본드는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적다.

펀드 분석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스위스의 캠인베스트먼트, 크레디트스위스, 아문디자산운용, AXA 등 유럽 자산운용사들이 캣본드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캣본드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를 체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캣본드 투자자는 극심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속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재해 빈도가 증가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이 기준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캣본드의 안전성이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캣본드 시장이 2050년 말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파머 담당자는 “캣본드 시장에선 성장 가능성에 굉장히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다소 복잡한 금융상품이지만,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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