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가 에너지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최대 장벽이었던 경제성 문제가 풀리고 있어서다. 2010년 ㎏당 24달러 수준이던 그린수소 생산 단가는 5달러까지 내려왔다. 2050년이 되면 0.7~1.6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맥킨지)으로 전망된다.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그레이수소’ 생산 단가가 3~4달러로 오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소기업 TES-H2의 마르코 알베라 대표는 “그린수소가 대규모 산업용으로 쓰이기 위한 가격의 ‘티핑 포인트’는 ㎏당 2달러”라며 “5년 내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사용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효율로 보자면 마이크로원전이 좋지만 최적의 ‘탈탄소 에너지 믹스’를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한계를 해결할 그린수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45%, 2050년 65%가 수소연료전지를 예비전력으로 쓸 전망이다.
기술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수소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513㎿이던 세계 수전해 설치 용량은 올해 말 3GW로 여섯 배 뛸 전망이다. 2030년에는 최대 365GW로 늘어날 수 있다. 플러그파워, 블룸에너지, 넬, 선파이어, 티센크루프 등 이 분야 ‘빅 플레이어’도 많아졌다. 고체산화물 방식의 고효율·고온 수전해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해져 기존 전망보다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가능성도 높다.
세계 각국 정부는 수소 경제 선점을 위해 대대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10년 내 그린수소 1㎏의 생산 단가를 1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하이드로진 샷’이란 국가 과제를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당 3달러의 수소 생산량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국가수소전략’을 세우고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설비 지원에 9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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