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0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어 “소설의 모티프는 강원 육군 6사단에서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1971년 7월 1일 0시25분에 직접 겪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1970년대 육군 소위 한서진의 이야기다. 그는 남한에 침투했다가 사살된 북한군 장교의 시신 옆에 나무 십자가를 꽂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빨갱이’로 몰려 수감된다. 고문을 겪은 뒤 복수만을 생각하던 그가 용서를 다짐하는 과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철책선에서 대간첩 작전을 벌인 것, 적군 장교 시신 옆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기도한 것 그리고 그 일로 보안대 조사를 받은 것까지가 내가 겪은 사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픽션”이라고 했다. 그는 “오래전 구상했지만 발표가 늦어진 건 군사 독재 시절이 너무 길었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 작가가 계산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상상력의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이데올로기 문제, 좌우 갈등이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책상에는 직접 쓴 이런 문구가 오래전부터 붙어 있다. “사랑과 용서로 쓴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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