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박 장관은 11일 오전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에 근거해 정율성 기념시설이 있는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광역시 동구, 전라남도 화순군, 전라남도 교육청, 전라남도 화순교육지원청에 시정을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 제1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방자치법 188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시·도지사)의 명령·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장관이 서면으로 시정을 명령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정지할 수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게 보훈처의 판단이다.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광주 출신 음악가로서 1933년 중국에 건너가 항일 무장투쟁단체 '의열단'에 가입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1939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뒤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고, 1945년 광복 뒤엔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만들었다.
특히 6·25전쟁 땐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해고,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그동안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을 조성해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을 설치해놓은 상태다. 또 광주시는 현재 '정율성 역사공원' 및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광주시는 정율성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며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되어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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